곽노현 교육감 옥중 서신 “진실과 선의는 가둘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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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 옥중 서신 “진실과 선의는 가둘 수 없습니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11.10.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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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과 함께하는 사람들 카페 첫 화면. ⓒ 뉴스윈

“제 몸은 가둬도 제 작은 진실과 선의는 가둘 수 없습니다. 제 영혼과 정신도 가두지 못합니다. 지금도 제 정신은 가을 햇살처럼 투명하고 따사롭습니다. 슬픔과 분노, 원망과 자기 연민없이 평상심으로 0.76평 좁은 방에서의 불편한 생활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대가로 상대후보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위반)로 구속기소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편지를 통해 한 말이다.

곽 교육감은 이날 ‘촛불시민들께 드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옥중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태의 전 과정에서 저는 불법적이거나 파렴치한 생각을 품지 않았다”면서 “치사하고 비열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이어 곽 교육감은 “검찰조사를 받을 때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박증이라고 할 만큼 제가 아는 진실에 충실했다”면서 당당하게 임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이 같은 곽 교육감의 편지는 ‘정치검찰 규탄, 곽노현 교육감 석방과 서울혁신교육 지키기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 공식 카페(http://cafe.daum.net/pres.kwak)에 6일 게재됐다.

한편, 곽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공정한 재판을 위해 보석신청한 상황이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오는 10일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보석 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곽 교육감을 심문할 예정이다.

앞서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 등 전국 15개 시·도 교육감은 지난 5일 곽 교육감에 대한 보석 호소문을 채택해 발표한 바 있다.

아래는 곽 교육감이 서울구치소에서 보내 온 옥중서신 전문.

부족한 사람에게 넘치는 성원 고맙습니다. 과분한 성원입니다. 사람의 선의는 외롭지만, 서울교육 혁신을 향한 갈망은 외롭지 않습니다. 전화위복이 될 것입니다. 고난과 시련은 정련의 과정이요, 정금의 시간입니다. 성경식 표현으로 슬픔을 축제와 춤이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눈물이 노래가 될 것입니다.

구속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제 몸은 가둬도 제 작은 진실과 선의는 가둘 수 없습니다. 제 영혼과 정신도 가두지 못합니다. 지금도 제 정신은 가을 햇살처럼 투명하고 따사롭습니다. 슬픔과 분노, 원망과 자기 연민없이 평상심으로 0.76평 좁은 방에서의 불편한 생활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태의 전 과정에서 저는 불법적이거나 파렴치한 생각을 품지 않았습니다. 치사하고 비열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조사를 받을 때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박증이라고 할 만큼 제가 아는 진실에 충실했습니다.

저는 지금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일관성과 정합성의 바탕위에서 규범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정황과 맥락만 떠올리면 어떤 생각과 판단으로 어떤 언행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요 며칠 두툼한 검찰조서를 읽으면서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시시콜콜한 세부까지 기억의 세계로 복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서울교육을 위하는 길이라는 일념으로 수행하듯 매달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자리에 계신 분들은 곽노현 개인의 작은 선의를 넘어선 더 큰 선의를 믿는 선한 분들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선의가 가능함을 믿는 분들일 겁니다. 곽노현 개인도 작은 진실을 넘어선 더 큰 진실이 있다고 믿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의 강우일 주교님이나 7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씨 등이 모두 우리 사회의 더 큰 진실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분들일 것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은 모두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갈망을 지닌 분들입니다. 한 달 넘게 서울교육혁신은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서울교육 개혁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연대와 선의, 환대, 그리고 우정의 힘으로 다시금 힘찬 도약의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부족한 저에게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와 제 가족은 물론 서울교육가족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외롭지 않습니다.

한 개인의 작은 선의나마 외롭지 않게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개인의 작은 진실이나마 외롭지 않게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년 10월 5일 여러분의 교육감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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