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린이대공원(서울 광진구 소재)을 37년간 지켜온 터주대감인 아시아코끼리 태산이가 지난 13일(목) 낮 12시40분경 쓰러져 사망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어린이대공원측에 따르면,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과 서울동물원이 지난 21일 공동 부검한 결과 태산이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순환기장애에 의한 심장마비로 확인됐다.
코끼리의 평균 수명은 약 50세다. 숨진 태산이는 1974년 11월생으로 올해 38세이며, 오랜 독신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로 노화현상이 심했다고 동물원 측은 설명했다.
태산이는 동국제강(주)이 1975년 5월, 개장 2주년을 맞은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기증해 서울시민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0년 4월 작고한 동국제강 대표 고 장상태 씨가 “1973년 5월 문을 연 어린이대공원에 코끼리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태국에서 코끼리 한 쌍을 구해, 선박편으로 20일간 운송한 것.
서울시설공단은 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기 시작한 1986년, 빨리 자랄 것을 염원하며 태산이(♂) 태순이(♀)로 이름 붙였다. 태산이는 몸무게 5톤, 국내 최대의 자이언트 코끼리로 성장해 어린이대공원을 상징하는 터줏대감이 됐다.
태산이-태순이 커플은 낯선 어린이대공원에서 단란한 결혼 생활을 보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6년, 1살 연상의 아내 태순이가 병으로 먼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후 태산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을 크게 해쳤다. 시간이 흘러, 다행히 사별 1년 전 태어난 아기 코끼리 ‘코코’를 위해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1990년대 말,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최고 인기스타는 태산이-코코 부자(父子)였다. 하지만 아기 사랑에 흠뻑 빠진 태산이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아기 코끼리 코코가 7살이던 2002년, 심낭염을 앓다가 죽은 것이다.
삶의 희망이었던 코코마저 잃은 태산이는 몸과 마음이 급격히 쇠락한다. 행동이 느려지고 눈망울엔 힘이 사라졌다. 사육사들이 온갖 비법(?)을 동원, 원기를 회복시키려 했지만 노화를 막을 수 없었다.
한편, 태산이는 2009년 9월엔 엉뚱한 일로 구설수에도 올랐다. 태산이가 사람에게 돌팔매질을 했다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억울하고 무척 속도 상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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