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대책위 성명]노동부 일제 조사,
반도체 자본의 '면죄부'가 목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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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대책위 성명]노동부 일제 조사,
반도체 자본의 '면죄부'가 목적인가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3.03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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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노동부는 반도체소자를 제조하는 전국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근로자 건강실태 일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는 이번 조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 방법과 진행 과정을 공개하고, 회사 측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경험과 증언이 왜곡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사 과정에 참여가 보장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러나 현재 노동부의 일제 조사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노동부는 이번 조사의 주요 내용인 원‧하청의 전‧현직 노동자들 현황과 주요 화학물질 취급현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현황, 건강진단 및 작업환경측정 실시현황, 그리고 백혈병 발생 현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과 유해 가스, 그리고 고용량의 방사선을 사용하고 있다. 현장의 위험 요인들 중 단 하나라도 빠지거나 그 위험이 축소되어 보고되지 않도록, 안전 보호 장치들은 과연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따라서 노동부는 이번 조사 자료를 각 지방 노동청의 감독관들이 작성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 조사 과정은 전혀 다르다. 이번 조사의 발단이자 주요 대상인 삼성반도체만 하더라도 해당 노동청 감독관은 삼성 직원에게 조사 자료를 작성토록 할 것이라고 한다. 요즘 이른바 “삼성특검”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삼성의 노골적인 행태를 온 국민이 충격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그들의 은폐와 방해를 뚫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 조사 자료를 사측이 작성하게 한다니,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 이보다 더 믿을만 하지 않겠는가!

한편 애초에 노동부는 이번 조사를 2월 한달 동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직 노동자 수만 하더라도 수만 명에 달하는 13개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의 실태조사를 2월 안으로 마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회사 측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존하는 조사방식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방식의 조사 결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회사의 변명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자료가 될 뿐이라는 점을 노동부에 항의하였으며, 이에 노동부는 “사업장 규모를 고려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조사하도록 수정지침을 내렸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실제로 지방 노동청 감독관들에게 확인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은 2월말에서 3월초 사이에 보고를 마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전‧현직 노동자 수와 백혈병 환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백혈병과 같이 발생률이 낮은 질환의 경우, 환자들 중 극히 일부만 누락되더라도 실제 발생 위험이 상당한 규모로 축소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지방 노동청 감독관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임금대장과 근로자명부를 바탕으로 이를 파악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만일 회사 측에서 질환자를 고의나 실수로 누락시킨다면 이를 어떻게 찾아내고 보완할 것인지 노동부의 답변을 요구하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둘째, 노동부는 이 문제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피해 노동자들과 대책위의 참여를 보장하기는커녕, “중립”을 명분삼아 정당한 의견 개진의 기회조차 봉쇄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일제 조사에 우리의 의견과 대노동부 질의 내용을 미리 공개하고 노동부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책임있고 성실한 답변과 진지한 토의를 기대하고 찾아간 우리에게 되돌아온 노동부의 답변은 “조사가 공정하지 않게 비춰질 수 있다, 노사의 중립에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산업인 반도체회사의 입장과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핑계를 내세워 공식 면담 회피하였다.

우리는 법적인 조사권한을 가진 노동부에게 진실을 밝혀내는 조사를 해 줄것을 요청하고,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이를 적극 참조하여 조사에 내실을 기하고, 우리의 의견이 옳지 않다면 그 이유를 제시하고 토론하면 된다. 그러나 아예 우리와의 면담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며 회피하는 노동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조사에 나선 노동부가 실속있는 조사보다도 회사의 이미지 손상을 더 걱정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3. 우리는 노동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최초로 실시하는 이번 조사의 의의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회사 쪽 자료에만 의존하는 주먹구구식 조사를 즉각 시정하라.

-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조사, 사전 통보 없는 불시 현장 점검을 포함한 철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라.

- 반도체 자본의 산업재해 은폐와 노동기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피해 노동자들과 그 가족이 함께 하고 있는 대책위원회의 의견을 묵살하고 면담조차 회피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2008. 2. 27.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 >

건강한노동세상, 경기연대(준),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민주노총 경기본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당 경기도당,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삼성일반노조,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 :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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