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문’에 나타난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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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문’에 나타난 ‘오만’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1.08.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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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 시장 마지막 순간까지 ‘과잉복지’ 주장 펴며 시민 무시
   
▲ 무상급식은 공교육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 뉴스윈

‘편 가르기’ ‘나쁜 투표’라는 비판 여론 속에서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즉각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투표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는 내용의 회견문을 읽었다.

그는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면서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 시장의 사퇴 회견문 어디에서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나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시민들을 갈등과 분열로 내몬 정치적 판단에 대한 사과의 표현 역시 담기지 않았다.

다만 그는 “대한민국 복지방향에 대한 서울시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결국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 투표함을 닫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주장했다. 자신과 정치적 코드가 맡는 사람들에게만 ‘죄송’하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이는 주민투표 무산에 담긴 다수 서울시민들의 선택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사상 초유의 투표거부로 서울시민들의 뜻은 분명히 확인됐다. ‘보편적 복지’ 차원의 무상급식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른바 ‘과잉복지’에 대한 주장을 펴며 시민들의 투표거부 판단을 폄훼했다.

“유권자가 막지 않는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선심성 복지공약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느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과잉복지에 대한 토론은 더욱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되길 바란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처럼 사퇴와 관련된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낸 오 시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이임식은 오후 5시에 연단다.

오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오는 10월 26일에 치르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민은 어떤 판단을 하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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