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인 서울 도봉경찰서 수사과장이 2일 경찰 조직의 수장인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황 수사과장은 이날 오전 ‘경찰청장의 퇴진은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이라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렸다.
이 글에서 황 수사과장은 “지난 28일 경찰청에서 있었던 '전국 수사형사과장 워크숍'에서, 그리고 30일의 전국 지방청장 화상회의에서, 조 청장은 자신이 이번 형소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그러나 스스로 수차례 공언한 바 있던 자신의 퇴진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퇴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황 수사과장은 ‘비록 조 청장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가 퇴진하는 경우에 차기 청장이 수사권과 관련하여 어떤 태도를 취할 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퇴진을 반대하는 ‘대안부재론’을 꼬집었다.
그는 “아시다시피 지난 6월 20일,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 내부통신망(사이버경찰청)이 마비될 정도로 강하게 분노하면서 청장 사퇴를 요구하였을 때, 그 급박한 상황에서 ‘궁물’들은 다음과 같은 말로써 청장의 사퇴를 간곡히 만류했다”면서 “여기서 ‘궁물’이라 함은 오로지 승진 등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자들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 청장의 사퇴는 자신이 행한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이른바 한화사건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함으로써 수사기관으로서의 경찰의 체면을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이택순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였으면서도 유독 현 청장에 대해 ‘대안부재론’을 들먹이며 사퇴를 반대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합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청장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과 이후의 수사권 추진은 별개의 문제이다”면서 “만약 차기 청장이 수사권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공안정국 모드의 조성에만 치중한다면 그때 거기에 대해 반발하고 비판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황 수사과장의 글은 경찰 내부에서만 1천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찬반 댓글이 잇따라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