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카레이싱 경기장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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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카레이싱 경기장 온 것 같다"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7.09.0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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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밭고가차도 소음피해 대책 마련 촉구...수원시 "묘수 없어"

"밤마다 카레이싱 경기장에 온 것 같다. 고가차도에서 발생한 소음 때문에 가장 덥고 습했던 이번 여름기간 동안 창문조차 열 지 못하고 살았다. 방음벽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매일 밤잠을 설쳐 신경이 곧두 서 있다."<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남궁아무개씨>

수원시 율전동 성균관대학과 구운동지하차도 구간의 밤밭고가차도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인근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004년 밤밭고가차도 개통이후 줄기차게 소음피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시를 압박하고 있지만 시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원시는 그동안 각종 저감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써 민원을 해결할 뽀족한 묘수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주민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성균관대역앞~율전동 삼성아파트 구간에 설치된 밤밭고가차도에서 발생한 소음피해로 인근 주민들이 수원시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데일리경인 이정하
4일 수원시와 율전동 삼성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수원시가 지난 2004년 12월 250억원을 들여  남수원과 영동고속도로 북수원 IC를 연결하는 밤밭고가차도를 개통했다. 밤밭 고가차도는 성대역앞∼율전동 삼성아파트간 길이 777m, 폭19m의 왕복4차선도로로  준공됐다. 준공 당시 소음피해와 조망권 확보를 위해 방음판을 3m 높이의 투명형으로 사용했고 삼성아파트 쪽 방음벽 230m구간은 소음감쇄기(1m 높이)를 추가 설치했다. 

그러나 시가 서울과 남수원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자부했던 이 구간은 교통소음 피해로 인한 만성적인 민원이 발생되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고가차도에서 불과 20m 떨어져 있는 삼성아파트 주민들은 고가차도에서 발생한 소음과 먼지, 잦은 교통사고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주민 이아무개씨도 "소음뿐 아니라 날아든 먼지를 청소하는 것도 고역"이라며 "창문을 열어놓고 몇 시간안 돼 바닥을 훔치면 뽀얀 먼지로 가득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아파트 경비 담당자도 "과속하는 차들이 많아 소음이 더 심각한 것 같다"며 "고가차도가 끝나는 곳과 아파트 입구가 맞물려 교통사고도 종종 발생한다"고 귀뜸했다.

이와 관련 수원시청 게시판에도 이 아파트 주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박현이라고 밝힌 주민은 '터널식 방음벽 설치' 및 근본적인 저감대책을 세워 줄 것을 몇 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그는 특히 시가 적절한 소음저감 대책을 세워놓지 않고 앵무새 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터널식 방음벽 설치는 고가차도 계획당시 교량 구조에 맞게 설계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터널식으로 변경할 경우 하중이 증가하고 강한 바람이나 기후 등의 변수가 많아 적합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 시 도로과 관계자는 "이미 완료된 상태에서 터널식으로 구조를 변경하게 되면 붕괴의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속을 막기 위해 관할 경찰서에 무인단속카메라 설치를 요청했지만 설치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가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대신 교통수집 카메라를 설치해 가시적인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시는 그동안 이 지역의 소음 저감을 위해 미끄럼방지포장을 제거하는 한편 중앙분리대 설치 등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검토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교통사고 위험지역임을 감안해 유관부서 협의를 통해 교통체계 개선 및 교통안전시설 강화를 적극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재로써 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지역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기준치(주간 70㏈,야간 65㏈)보다 평균 4~5㏈ 정도 높게 나타났다고 시 관계자는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고층으로 갈수록 소음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박 아무개씨는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당하며 살던지  싫으면 떠나라는 식의 무성의한 태도에 울화통이 치민다"고 성토했다. 박씨는 "시가 적절한 저감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항의집회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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