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학벌을 학력(學力)이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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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학벌을 학력(學力)이라 하나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7.08.16 0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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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벌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사회 저명인사들이 고졸인데 대졸이라고 속이고, 명문대 출신이라고 속인 것이다.

한데 이들 대부분 자타가 공인하는 출중한 실력가들이다. 적어도 학력(學力)을 의심받은 적은 내 기억에 없다.

최근 커밍아웃한 연극인 윤석화씨, 미술계 거장 신정아 교수, 웃음 전도사 장덕희 교수, 건축가 이창하 대표 등등.  우리 모두 이들의 실력에 손뼉을 치며 감탄한 것을 기억한다.

이창하 대표가 '러브하우스'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집을 새로 지어 줬을 때 우리가 얼마나 감탄하고 열광했나. 그의 탁월한 건축감각을 보면서 우리는 나도 저런 집, 아니 저런 기술이 있었으면 하는 꿈을 꾸었다.

학벌을 속인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학력을 속인 것보다 낫다. 학벌을 속여 사익을 챙기지 않았다면 더 나쁜 쪽은 학벌을 속이게 만든 사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우리가 알찬 실력보다 껍데기 학벌, 어느 학교 나왔다는 간판에 더 점수를 준 결과다.

마치 우리가 한 개인의 성품보다 외모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가 정주영씨, 임권택 영화감독, 빌게이츠, 이들 모두 드러난 학벌은 미흡하지만 소위 지금 잘나가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이들을 보면 학력이 학벌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로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학력보다 학벌을 더 중시하나. 우리에게 반성할 점이 적지 않다.

내가 아는 한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변치 않을 진리가 2개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진정한 공부는 삶의 현장에 맞닥뜨려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학벌을 속인 자는 홍콩으로 도망가는 등 부끄러워 몸을 발목까지 낮추고 있다. 반면 이들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어디서 뭘 하나. 도대체 누가 그랬나. 자기 잘못은 아는가.

누구 하나 반성하는 이가 없다. 언론은 오늘도 '너도 학벌을 속였구나' '하하, 이 자도 속였네'하며 신나게 떠들어댄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떠들어대는 이의 학력이 정말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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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이탈 2007-08-19 21:44:36
모두가 하이에나가 되어 물어뜯는 언론풍토에서 이런 관점의 기사를 쓸수 있는 d-경인의 용기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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