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는 쫓고 쫓기는 게임'
상태바
'폭주는 쫓고 쫓기는 게임'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7.08.14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폭주족과의 전쟁' 선포... 페이트볼 총 도입 검토

3.1절이나 광복절 등 매해 국경일마다 폭주족이 날 뛰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국가적 행사에 맞혀 폭주족이 출몰하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은 미미한 수준이다. 경찰청이 광복절인 15일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특별 단속을 예고하며 '폭주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이번 단속에서 페인트볼 분사기 도입도 고려하고 있어 그 어느때 보다 강력한 단속의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폭주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폭주족과의 전쟁선포=경찰청은 광복절 대규모 폭주행위가 예상되는 전국 주요 도심에서 특별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14일 저녁부터 8. 15 새벽까지 서울 등 7대 도시와 수도권 대도시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5482명의 단속 인력과 319대의 경찰차를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허울 뿐인 단속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번 단속에는 채증용 고성능 카메라와 이동식 채증 장비 등 첨단 장비도 동원된다. 이와함께 폭주족들을 근절하기 위해 페인트볼 분사기 도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폭주족들이 도주했다 해도 페이트볼에 지워지지 않는 형광 페이트가 남아 있어 추적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경찰은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토 한 뒤 도입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한편 현재 사용하고 있는 폭주족 검거 장비는 '그물망', '바퀴에 감기는 밧줄 체인' 등은 오토바이가 전도될 위험이 높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폭주족 리더 387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보내 강력한 폭주 단속을 사전 경고했다. 폭주 사이트 가입자와 오토바이 배달업체 종사자 8만2061명에게도 폭주 행위에 참가하지 않도록 편지를 보내는 등 계도활동도 적극 펼쳤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단속에서는 폭주족에 동승한 사람에 대해서도 공동휘험행위 방조협의를 적용해 형사처리 할 예정"이라며 "난폭한 폭주행위로 도로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삐둟어린 애국심이 부른 폭주=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시점으로 매년 연중 행사처럼 오토바이 폭주가 이어지고 있다. 태극기만 휘날리면 애국으로 여겼던 월드컵 응원 열기에 취해 버린 것이다. 한꺼번에 거리로 몰린 폭주족들은 저마다 요란한 굉음을 내기 시작했고 심지어 차 사이를 곡예하 듯 위험천만한 행동들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삐뚫어린 애국심에 불을 집힌 셈이다.

이후 태극기를 개양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국 각지에서 폭주족이 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한 곳에 집결해 단체해동을 통해 세력을 과시한다. 때론 자동차 운전자들이나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심지어 대다수의 폭주족들은 헬멧 등의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거리를 누비고 있어 스스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다.    

특히 이들은 폭주를 일종의 게임으로 여기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14일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에서 경기지역 한 인터넷 폭주카페 동호인 이라고 밝힌 김모(17세. 학생)군을 만났다. 김 군은 "폭주는 스피드를 즐기고 경찰의 따돌림을 즐기는 게임"이라며 "어차피 즐기기 위한 것이라면 박지감 넘친 것이 흥미진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군에게 내일(15일)도 폭주를 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장대비가 쏟아 지지 않는다면 친구들과 함께 애국하러 나갈 것"이라며 "민족해방이 이뤄진 기쁜 날, 거리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진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장소와 시간에 대해서는 신변의 안전을 이유로 함묵했다.

곧이어 요란한 굉음을 내며 도착한 김군의 친구 정모(17세. 배달업). 정 군은 "우리가 뭉치는 것은 일년에 몇 번 되지도 않는 국가적 행사에 흥을 돋구는 일"이라며 "크게 피해가는 일이 없다면 눈감아 줄 수 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단속불구 폭주 행렬 이러질 듯=경찰의 단속의지에도 불구하고 광복절에 폭우가 쏟아 지지 않는 한 이들의 난폭한 거리질주는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폭주족들은 경찰의 단속이 동네 구멍가게 수준인 점을 들어 '폭주 놀이'의 승자는 본인들이라고 자처한다.

정 군은 "지금까지 경찰의 단속을 수십 차례 빠져 나갔다"며 "오토바이는 좁은 골목길로도 빠져 나갈 수 있어 항상 도주로를 살펴 본뒤 폭주를 즐긴다"고 귀띔했다. 경찰차의 덩치로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쫒치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경찰 오토바이도 썩 훌륭한 추적 장비는 아니다. 곡예운전에 익숙한 폭주족들을 잡기 위해선 경찰도 곡예운전을 해야한다. 그러나 경찰의 운전실력이 단련된 폭주족 보다 못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광복절에도 어김없이 경찰과 폭주족의 쫒고 쫒기는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운전자들과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시민 김현주(47.여)씨는 "살짝 부딪히면 넘어져 크게 다칠 것 같은데 가슴조려 볼 수가 없다"며 "보가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하지 않으면 매년 광복절 곡소리를 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염려했다.

한편 경찰이 올해 폭주단속을 벌인결과 모두 637명을 형사입건하고 681명에 대해 통고처분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 최근 성행하고 있는 인터넷 폭주카페를 압수수색, 추적수사로 카페운영자 41명, 적극 가담자 172명, 불법구조변경업자 1명을 입건하여 2명을 구속하고 212명을 불구속했다. 160개의 폭주 사이트도 폐쇄조치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