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삼성전자의 감세를 위해 개별공시지가를 저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짙은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일단지·단일용도지역에 2개의 표준지를 선정·적용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공시지가를 산정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가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는 대표성이 강한 토지를 선정해야 함에도 2개 중 한 개는 대표성을 크게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 조치가 곧바로 감세를 위한 조치인가는 불분명한 상태다.
16일 관련자료 등에 의하면 삼성디지털단지는 총 90여필지로 전기·전자부지를 합해 약 50만평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개별공시지가조사·산정지침’에 의하면 단일 용도로 사용되는 ‘일단지’에 해당된다.
이 경우 공시지가 산정 시 하나의 토지로 간주, 동일 용도지역 내에서는 한 개의 표준지를 선정·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토지가격 역시 하나로 산정토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시는 삼성디지털단지를 부당하게 전기와 전자로 나누고 전기에는 매탄동 374번지를, 전자 쪽에는 동지역 416-2번지를 각각 표준지로 선정했다.
표준지를 2개 선정·적용함으로써 삼성토지를 부당하게 남북으로 쪼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 쪽 토지의 지가를 산정할 때 전자 쪽 토지의 도로접면현황 등 지가형성 요인이 반영되지 않게 된다. 반대로 전자 쪽 지가를 산정할 때는 전기 쪽 지가 형성요인이 반영되지 않아 토지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시가 전반적인 토지하락을 노리고 삼성전자 적용 표준지를 2개 선정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경우 두 표준지의 지가가 동일해도 전반적인 지가하락을 막을 수 없어 세금을 내야 하는 삼성은 토지규모가 큰 만큼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기게 된다.
이뿐 아니다. 수원시는 삼성전자의 지가를 산정하면서 부적절한 표준지를 사용, 결과적으로 토지관련 세금을 떨어뜨려 주기도 했다.
시가 삼성전기의 표준지로 선정한 토지는 매탄동 374번지이나 삼성전기부지는 광대로(25m 이상)와 접해 있는 반면 이 표준지의 경우 세로(8m 미만)에 접하고 있을 뿐이어서 삼성전기부지의 표준지로 적당치 않은 상태다.
적당치 않은 표준지, 가격이 낮은 표준지를 끌어 쓸 경우 공시지가가 토지관련 세금의 부과 기준이 되고 있는 만큼 감세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전기와 전자부지를 무관한 토지로 보았고, 감정평가사가 이를 검증해 준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표준지는 대표성, 확정성, 안정성, 중용성을 기준으로 당해 토지의 특성과 동일하거나 가장 유사한 토지를 선정하며 지가 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줘 임의성을 배제하고 원칙에 입각해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2006년 05월 17일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