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국군보안사령부(아래 보안사, 현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들의 잔혹한 고문을 통해 간첩으로 조작돼 옥살이를 했던 구명서(58)씨의 누명이 25년만에 벗겨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29일 1985년 일본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아래 조총련) 소속 공작원한테 포섭돼 간첩행위를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구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문에서 “보안사 수사관들이 구씨를 불법으로 연행하고 영장 없이 40여일간 가두고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을 강요했다”면서 “수사와 재판의 근거가 된 진술은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장 없이 40여일간 가두고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 강요”
재판부는 “검찰 조사 당시 보안사 수사관들은 구치소로 찾아와 ‘혐의를 부인하면 다시 보안사로 끌고 가 조사하겠다’고 협박했다”면서 “이때 나온 증언을 기초로 한 공소사실을 바탕으로 유죄 판결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권위주의 시대 국가의 과오와 구씨의 신음에 귀 기울이지 못한 당시 재판부의 잘못에 대해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서울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구씨는 1985년 9월 16일 보안사 수사관들한테 불법 체포돼 이른바 ‘서빙고 대공분실’, ‘갈월동 대공분실’에서 41일 동안 물고문, 전기고문, 구타, 잠 안재우기, 손가락 꺾기 등의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당시 구씨는 영장도 없이 불법 연행된 뒤 기소될 때까지 무려 79일 동안 변호사 접견은 물론 가족 면회가 금지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고문과 가혹행위가 뒤섞인 조사를 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근거로 재심 청구
이 같은 상황에서 보안사 수사관들은 구씨에게 단골손님의 소개로 알게 돼 사업자금을 얻으려 만났던 재일교포 K씨(조종련계 공작원)한테 포섭돼 국가기밀 탐지 수집 따위의 행동을 했다는 허위자백을 받아냈다.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던 보안사 수사관들은 자신들의 불법을 감추려 국가안전기획부(약칭 안기부, 현 국가정보원) 수사관 명의를 빌어 허위자백으로 이뤄진 수사기록을 작성했고, 결국 구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986년 징역7년에 자경정지 7년 형을 선고받고 5년 8개월간 복역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됐으며, 구씨는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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