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직후 전국 주요 서점가 강타···2주만에 ‘4만질 판매’ 기록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사상과 담긴 <김대중 자서전>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 데일리경인 |
사형수 출신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담아낸 <김대중 자서전>(1,2권)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사후 출판하기를 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서거 1주기를 맞아 출간된 <김대중 자서전>(도서출판 삼인)이 출간 2주만에 4만질이나 판매됐다. 출간 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 판매된 <김대중 자서전>은 출간 직후 전국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삼인출판사는 16일 “출간 2주 만에 4만질이 판매되었으며, 현재 3만질을 추가 제작 중”이라며, “현재 추세라면 8월 한 달 사이에 7~8만질 돌파는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과연 <김대중 자서전>이 독자들을 사로잡은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도 이 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대통령 재임기, 퇴임 뒤 이야기까지 담은 유일한 정본 자서전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청와대를 떠나 동교동으로 돌아온 뒤인 2004년부터 자서전을 구상해 2년여 동안 총 41회 구술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대중 자서전>은 그 41회의 구술을 바탕으로 생전 기록물들까지 방대한 자료를 참고해 정리됐다.
자서전에는 또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남북관계 비사들이 담겨 있다. 6.15남북공동선언명을 이끌어 냈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눈 “김씨라 그런지 고집이 세군요.” “김 위원장이야말로 전라도 출신 전주 김씨 아니오?” 같은 대화가 그렇다.
더구나 서거 1주기(18일)를 앞둔 상황이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과 나라를 걱정한 김 전 대통령의 절절한 당부가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고인은 2009년 생애 마지막 6.15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에 참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빗대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고 역설했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 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중략)···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만일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500만 명 문상객 중 10분의 1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럴 순 없다. 매일같이 혐의를 흘리면서 정신적 타격을 주고, 스트레스를 주고, 그럴 수는 없다.’ 50만 명만 그렇게 나섰어도 노 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억울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가슴 아픈 일입니까. ···(중략)···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김대중 자서전> 2권에서)
더불어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민중의 힘으로 역사를 움직일 수 있다고 역설하며 한반도의 미래를 책임질 국민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에게 외교는 명줄이나 다름없다.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세계는 한반도를 주시하고 미래는 한민족에게 열려 있다. 그러나 거기는 조건이 있다. 민주화가 반석 위에 서고 남북이 통일을 이뤄야 한다. ···(중략)··· 적어도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남과 북이 다시 가난해지지 말아야 한다. 통일은 나중에 하더라도 끊어진 허리를 이어 한반도에 피가 돌게 해야 한다. 한반도에 사는 모든 생명붙이들에게 평화가 깃들어야 한다. 세상에 생명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김대중 자서전> 2권에서)
이처럼 <김대중 자서전>에는 납치와 투옥, 사형선고, 망명, 가택연금 생활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던 고인의 치열한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의미를 되살려 우리 시대의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건 온전히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