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및 공기업에 준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방송공사(KBS)가 27년만에 수신료를 인상시키는 안을 내놓은데 이어 한국철도 공사도 19년만에 유료가입회원 평생 5%할인 혜택을 10일 전격 폐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신료를 부담해야 하는 시청자들은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 아니라 내부 개혁을 통한 경영혁신과 노사간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철도를 이용하는 회원들도 "경영부실에서 온 적자 누적을 왜 이용자들에게 돌리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경영악화 및 내부적 손실에서 비롯된 각종 부담을 국민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10일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부터 철도회원제도를 무료회원제(코레일 멤버십)로 변경함에 따라 기존 유료 회원 255만명에게 주어지던 철도요금 평생 5% 할인 혜택을 중단키로 했다. 대신 포인트 적립기준을 기존 3%에서 5%로 상행조정했다. ▲ 한국철도공사가 유료회원들에게 보낸 '할인쿠폰 지급 및 회원제도 변경 안내문' 인터넷 화면 캡쳐.
ⓒ 데일리경인 이정하
또 2004년 9월 이전에 가입한 회원들은 가입시 예약보관금 2만원을 돌려주고, 이들이 적립한 포인트를 2012년 6월 말까지 쓰지 않을 경우 소멸시키기로 했다. 이와함께 철도공사 홈페이지도 이날 전격 개편했다.
이를 위해 철도공사는 올해 초부터 회원들에게 전자우편과 우편물 등을 통해 개별 통지하고, 지난 4일 홈폐이지를 통해 변경된 서비스제도를 공지했다.
철도공사쪽은 이번 개편이 철도승차권의 예약과 결제가 일원화 예약시스템 도입으로 사용자중심의 질적 변화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누적 적자때문에 할인제를 폐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철도공사가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을 뿐 회원들의 동의나 충분한 설명도 없이 시행했다"며 "적자손실을 이용객들에게 돌리는 공기업의 횡포”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2004년 이후 종신회원이라며 모집한 'KTX 패밀리회원'의 경우 가입비를 전자쿠폰으로 발급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기존 철도회원 김동근(28.회사원)씨는 "공기업이나 일반 신용카드사나 다를게 없다"며 "평생 혜택을 준다고 꼬실 때는 언제고, 일방적으로 각종 혜택을 폐지하는 방법도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지난 2005년 경영상의 이유로 경춘선 운행을 줄이고 학생할인을 일방적으로 폐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춘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들은 물론 통학하는 대학생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철도회원 가입 약관에 보면 회사 사정에 따라 언제든 제도가 바뀔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며 "제도변경은 문제될 것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9일 한국방송공사는 TV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시민단체들과 시청자들이 "내부 개선여지 없이 인상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나란히 토론회를 개최한 문화연대와 한국방송학회도 수신료인상에는 동의했지만 인상에 따른 전제조건를 제시했다. 문화연대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경영 혁신'을, 한국방송학회는 "명분과 국민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화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시청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환균 한국프로듀서협회장은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디지털 방송 전환 비용을 시청자들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가전제품 생산업체들이 지불하게 해야 한다"며 "디지털화하면 가장 큰 수혜자들이 가전사들"이라고 주장하기도했다.
자영업자 최영진(48. 수원 권선구)씨는 "kbs의 경영상 문제라면 내부적 군살을 빼는데서 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가뜩이나 세금인상으로 힘든 서민가정에 부담만 늘리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