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하는 중개공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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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우롱하는 중개공제제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7.0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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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상담 폭증... 청구절차 까다로워 실효성 '글쎄'

# 서울 대방동에 사는 전아무개(38)씨는 2003년 12월 오피스텔을 세를 주고 빌려 사용하다가 2005년 7월 오피스텔이 경매로 처분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전씨는 부동산중개업자를 상대로 중개사고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해 승소했다. 그러나 손해배상금(공제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조정결정 수락을 거절한 것.

# 2004년 3월 2억8200만원에 상가를 사들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아무개씨는 은행 대출금이 당초 승계하기로 약정한 1억3000만원보다 많은 1억9500만원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은행의 독촉으로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게 된 이씨는 중개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금 지급 거부로 손해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처럼 부동산중개업자의 과실로 재산상 손해를 본 소비자들이 부동산중개공제의 공제금 청구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제대로 배상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제금을 받기 위해서는 중개업자와의 손해배상합의서, 화해조서, 법원의 확정판결문 등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개사협회 버티면 공제금 받기 힘들어... 제도 있으나 마나

더욱이 소비자가 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문을 제출하더라도 공인중개사협회의 심의를 다시 거치도록 돼 있어 소비자들에겐 이중 삼중의 심적 고통이 따른다. 최종적으로 공제금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도 있어 제도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중개 관련 소비자 불만 2건 가운데 1건은 부동산중개업자의 과실에 따른 피해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및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접수된 공제사고 접수 건수는 최근 3년 63.6%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04년 1월부터 2년 동안 접수된 부동산중개 관련 상담 1709건을 분석하고 공인중개사협회 공제사업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상담사례 1709건을 분석한 결과, 중개 과정에서 중개업자 과실에 따른 피해 상담이 57.3%(980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거래해약이나 위약금 및 계약금 반환 문제와 경매·사기 등 손해배상 관련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건교부에 제도 개선 건의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접수된 공제금 청구건수도 2004년 217건에서 2006년 355건으로 폭증했다. 공제금 청구건수 대비 지급비율은 연 평균 44.8%로 낮았으며 건당 평균 지급액도 1871만원에 불과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부동산중개 공제약관에는 공제금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기간을 중개사고 발생일로부터 2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민법에서 규정한 3년보다 짧아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여겨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공제금 청구시 합의 내지 법원 판결을 통한 합의서, 화해조서 또는 확정판결문을 갖추도록 한 것은 소비자에게 절대 불리한 규정. 중개업업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법원 판결이 늦어질 경우 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공제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건설교통부에 ▲공제금 청구요건 완화 ▲손해배상 보장 설정액 현실화 ▲소멸시효기간 연장 ▲공제금 지급범위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협회에는 소비자 피해가 야기되지 않도록 자율적인 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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