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나비들의 날개 짓을 보시나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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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나비들의 날개 짓을 보시나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붙여
  •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 승인 2010.05.23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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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을 가슴에 묻은지 벌써 1년이 되었지만

저는 당신 앞에 과거사(過去辭)를 쓸 수 없습니다.

당신은 사랑하는 대통령이십니다.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부엉이 바위를 향해 가시던,

그 선연한 새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날 새벽,

제가 속리산에서 가위눌림에 잠을 깼던 시각,

대통령님은 봉하 사저의 문을 나셨습니다.

사랑하는 권양숙 여사님을 두고,

그렇게 집을 나셨습니다.

저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속리산을 나와

오월의 이슬비가 내리는 새벽길을 달려 서울에 왔습니다.


아, 그리고 당신의 엄청난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산대 병원에서 당신을 붙잡고 나오며 부끄러움에 떨었습니다.

전날 밤,

자정이 넘도록 속리산에 모인 전국의 젊은 친구들에게 외쳤던 말들이

저를 부끄러움으로 떨게 했습니다.


‘노무현 정신은 부활한다.

노무현 정신을 믿고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 민들레 꽃씨가 되자’

이 못난 외침이 당신에게 드리는 弔辭가 될 줄 어이 알았겠습니까.


대통령님,

부끄러움과 분노, 슬픔의 밀알들이 이제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부끄러움도, 분노도, 슬픔도 아닌 새로운 생명의 싹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사람사는 세상’을 향한 희망과 긍지, 도전의 싹이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습니다.

파랗게 자란 그 희망과 긍지,

도전의 들판위에 노란 나비들이 군무를 이루며 날개 짓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혼과 마음을 담은 나비들이 소리 없는 파동을 이루며

당신이 사랑했던 山河를 날고 있습니다.


아직은 먼 길인 줄 잘 압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인 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발자국이 모이면 길이 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대통령님,

지켜보고 계시지요.

저희들도 당신의 눈길, 체온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해내겠습니다. 하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느 비구니 스님이 쓰셨던 한 줄의 詩로 대신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통 - 그리움’

당신을 사랑 합니다.


2010. 05. 22

이 병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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