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제 '경기도발 무상급식' 집중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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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제 '경기도발 무상급식' 집중해부
  • 전경만 기자
  • 승인 2010.03.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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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논의 어떻게 시작 됐나?
학교를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이라는 말을 처음 등장시킨 주인공은 김상곤 현 경기도 교육감이다. 지난해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첫 직선제교육감에 당선된 김상곤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라는 신선한 의제를 제시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첫 직선제 교육감에 단선된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선거공약으로 무상급식 제안

교육감에 당선되기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상곤 교육감이 제도권으로 진출하자 이에 반발한 한나라당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김진춘 교육감의 편에 서서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많은 한나라당 소속 사람들, 최규진 현 수원시장 예비후보와, 한규택 현 도의원, 김기정 수원시 의원들은 드러내놓고 김진춘 전 교육감을 지원 사격했으며, 시군 단체장과 현역 의원들이 대거 김진춘 전 교육감의 사무실을 방문해 격려했었다.

교육감 선거의 결과는 보수·우파의 역전패로 끝났다. 그러나 당선 후부터 보수·우파의 반격은 더 집요하게 시작됐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한나라당 소속 모 의원은 “김 교육감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한 번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교육감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비아냥거림은 결국 제 242회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무상급식 공약은 야바위 사기꾼 같은 공약 이라며 김상곤 교육감을 몰아 붙였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이 무상급식의 첫 단계로 “300 인 이하 초등학생들부터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의회에 요구한 예산 85억원 전액이 삭감되면서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사진은 지난 7월 경기도 '무상급식 도입 논란은 제2의 광우병 파동' 이라며
제도 도입을 반대 하고 있는 경기도 의회 한나라당 이태순 대표

언론의 움직임은 ‘300인하 소학교 무상급식 예산 전액사감’ 이라는 표현 대신 ‘한나라당 무상급식 예산 전액삭감’으로 표현됐다. 당황한 쪽은 예산삭감을 감행한 한나라당 이었다. 당시 예산삭감을 주도했던 성남 출신의 이태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는 얼굴을 붉혀가며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다. 대신 무료급식의 예산을 늘렸다”는 변명으로 일관 했으며,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득의에 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언론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태순 한나라당 대표가 말한 “예산이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경기도의회 예결위는 차상위 계층을 위한 무료급식비 110억원을 증액, 전체 차상위 계층에게 실시됐던 무료급식비가 120%에서 130%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급식은 좌절 됐지만 전체 급식비가 늘어나 더 많은 아이들이 지원 받는 것에 만족한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무상급식 논의의 확대


  ▲경기도청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무상급식 예산삭감을 주도한 한나라당을 규탄하며, 무상급식 예산 원안통과를 주장하고 있는 시민단체들

경기도의회에서 정당으로써 교섭단체를 꾸리고 있지만 절대소수인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삭감된 무상급식을 예결위에서 살려달라며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의 농성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지만 확실히 언론의 시선을 무상급식으로 이끌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김상곤 교육감을 지지하는 재야 단체들의 성명서가 폭주하면서 무상급식에 관한 심도 있는 취재와 논의가 반복,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무상급식 예산삭감 반대를 주장한 경기도의 윤화섭대표가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감행했다.

제일 먼저 무상급식을 위한 언론사의 취재대상이 된 지역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경상남도 였다. 경상남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과 우리농산물을 이용한 친환경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권정호 경남 교육감은 취임 초부터 무상급식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해당 지자체 장들과의 매칭투자를 통해 무상급식 제도를 도입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2008년도에는 100명 이하 초.중학교 100%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학교 정원이 101명 이상인 초등학교에 40%를 지원하고 있다.

2009년도 이후에는 지자체,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경남 친환경. 무상학교급식 추진협의체”에서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2010년도까지 초등학교 전체로 무상급식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기는 거기고 여기는 여기다. 경기도는 인구수가 경남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에 교육예산이 한 없이 많이 들어간다.”고 변명 했지만 인구수가 많은 만큼 세수의 양과 질도 크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척 했다.

급기야 무상급식 논의는 민주당 중앙당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경기도의회 윤화섭 민주당 대표는 눈물을 머금고 삭발을 했으며,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이 경기도를 방문해 이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경기도 전역을 돌며 무상급식에 관한 서명서를 받기 시작했으며 민노당도 가세했다.


 ▲경기도 전역을 순회하며 무상급식 도입 서명운동을 주도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무상급식이 경기도 전체의 화두에서 전국적 이슈로 탄생하는 과정이었다. 민노당의 절규와 진보신당의 발 빠른 행동, 민주당의 육탄방어 속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진의에 대한 논의도 함께 시작됐다.

무상급식과 무료급식의 차이

얼핏 들으면 무상급식과 무료급식은 같은 말 같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엄연히 다르다. 무상급식은 무상교육의 범위 안에서 학생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제공하기 때문에 부모가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누구나 다 제공 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 이다.

반면 무료급식을 제공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의료보험 영수증과 동사무소에서의 확인, 담임의 추천 등이 요구 된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식사와 공짜 중식을 제공하자는 뜻은 교육청의 주장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차별과 마음의 상처를 고려하는 것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몇 번을 물어도 거듭 같은 주장을 한다. 무상급식 도입 반대를 가장 격렬하게 주장했던 경기도 교육위원회 한나라당 한규택 의원은 “학생들이 무료급식을 받기위해 학교에 제출하는 서류는 학생들이 전혀 모른다. 부모도 의료보험 영수증만 제출하면 된다. 여기에 무슨 상처가 있느냐”고 주장을 거듭 반복한다.

이수영 한나라당 의원은 여기에 한술 더 떠 “부모가 잘 사는 아이일지도 모르는데 무료로 급식을 줄 수는 없다. 그래서 단임 선생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상의 어떤 부모가 자녀 학교에 가서 “나 먹고 살기 힘드니 우리 아이한테 무료급식을 주시오,” 그리고 통장사본을 제출하고 잔액확인을 받아야 하는 모멸을 견딜 수 잇을 까?

조금이라도 형편이 되는 학생들의 부모는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무료급식의 혜택 대상이 되는 차상위 계층도 아이들 무료급식을 거의 신청하지 않는다. 창피하기도 하지만 아이들 기죽이기 싫어서 이다.

선거와 맞물린 무상급식 파상적 논의 확대

▶한나라당 의원이지만 무상급식을 도입하자는 경기도의회 최환식의원의 의사진행 발언 요구가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에 의해 계속 묵살되자 최 의원이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에서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의회는 교육청에서 추경을 통해 요구한 초등학교 5,6학년을 위한 무상급식 예산 650억원을 또 다시 전액 삭감하면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전국적 스타로 다시 한 번 만들었다.

경기도의회는 한나라당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론’이라는 미명아래 무상급식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무상급식 반대이기 때문에 일부 찬성 쪽으로 마음이 있는 의원도 이를 어기기는 힘들었다.

 
 

 

특히 경기도 전체에서 제왕적지위를 누리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무상급식 색깔론을 들고 나오자 곧 선거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사회주의식 발상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무상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색깔론을 주장한 김문수 경기지사

또한, “왜 5,6학년만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 우리가 이미 200인 이하 농·산어촌 해주지 않았느냐, 차상위 계층 150% 까지 확대해 못 사는 아이들부터 해주자는 데 왜 5·6학년만 해주느냐,” 며 역공을 하기 시작했다.

당론이 되어 버린 한나라당의 무상급식 반대는 더욱 거칠어지고 날카로워 졌다. 초등학교5·6학년부터 아이들에게 자아가 생기고 부모의 빈·부차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리고 단계적 도입이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못하게 언론을 주도하려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급기야 상임위에서 “학교급식법에 무상급식이라는 말이 없다. ‘무상급식’ 이라는 용어를 교육청은 사용하지 말라”는 주문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여론은 무상급식과 맞물려 경기도 31개 시·군 단체장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에게 “무상급식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이어 갔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관계자들은 모두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통된 답은 “예산의 문제 이므로 공천 후에 답변을 한다”는 식으로 말을 아꼈다. 당장 공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당론에 따르지만 공천이후 본선에서는 나름대로의 의견 개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번을 여론조사해도 학부모들이 무상급식의 도입을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무상급식을 전면 반대한다는 주장은 못하고 있다.

성남시장 출마 준비를 하며, 경기도의회에서 무상급식 반대를 가장 격렬하게 주도했던 이태순 당 대표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가의 문제와, 시장이 되면 이를 철회할 것인지, 또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성남시장이 좌파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이종걸 국회교과위원장이 무상급식의 전면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대다수의 야권 주자들이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주장하고 있어 오는 6·2 전국지방 동시선거가 끝나기 가지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는 계속 재생산 확대될 전망이다.


초등 5·6학년 무상급식을 하기 위한 시군대응 예산

각 시군별 예산을 보면 인구수에 따라 금액이 큰 지역도 있으며, 작은 지역도 있으나, 시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만큼 크지는 않다. 단체장의 성의나 의지에 의해서 충분히 준비 가능한 예산 이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0년 2학기 각 시군들이 초등 5·6학년 무상급식을 하기위해 준비해야 하는 예산은 아래와 같다.

수원 26억원, 안양, 14억원, 부천 23억원, 광명 7억5천, 안산 22억원, 평택 7억1천, 군포 7억원, 의왕 2억9천, 화성 8억6천, 오산 4억4천, 광주 2억6천, 하남 3억, 이천 2억5천, 용인 20억, 안성 1억2천, 시흥 11억원, 의정부 12억원, 동두천 1억2천, 양주 2억6천, 고양 23억, 구리 4억 7천, 남양주 4억1천, 파주 2억7천만원 이다.

이중 이미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과천과 성남시는 제외 됐다. 이중 인구수에 비해 도시민 전체가 고른 수입을 보이고 있는 오산시는 단돈 4억4천만원이 없다는 이유로 무상급식을 거부했다. 동두천시도 1억2천만원이 없어서 무상급식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선거를 앞두고 있어 중앙에 잘 보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행사 하나만 줄여도 무상급식은 가능하다.

무상급식 못해서 2등 시민 만들지 마라?

수원에 사는 어느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의 수도, 수부도시 하면서 수원이 경기도 제일 이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우리도 성남시민이 내는 만큼 개별 세금 다 내고 있으니 무상급식 실시해 달라, 왜 애들 밥 가지고 수원시민을 성남시민보다 못한 2등 시민을 만드나, 복장이 터진다”고 말이다.

무상급식을 하는 지역과 못하는 지역의 시민들이 느끼는 우월감, 자괴감이 틀려지고 있다.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높고, 같은 지역에서 오랜 산 사람 일수록 이런 경향은 강하다. 졸지에 성남시민보다 못한 수원시민이 된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이를 일부 인용하는 정치인들도 지역 주민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발언과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지 못한 것은 정치인이지 주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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