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정보비(非)공개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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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보비(非)공개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12.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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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익한(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장, 명지대 교수)

                                     

1998년에 정보공개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정보공개제도가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기였습니다. 줄곧 공적 행위의 투명성을 의심받아온 우리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생각할 때 이 시기에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시로는 이 법이 갖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며 행정감시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정부의 부정부패가 척결되고 권력의 오․남용이 방지되며 예산의 낭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입니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정보비(非)공개법’입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4년여의 시간이 경과한 지금 더 이상 기대와 실망을 반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비공개대상정보 조항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의식이 변화하여 가능한 한 많은 행정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려 노력하리라고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비공개대상정보 조항을 악용하여 ‘이것도 비공개, 저것도 비공개’하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풍토가 오히려 정착되고 말았습니다.


행정자치부가 이 법 시행의 주무를 맡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무기관의 성의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결국 시행상의 문제점을 덮어두려는 근시안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보공개를 위한 목록, 전담 인력, 시설의 준비에 대해 법 조항상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보공개를 시행하는 각급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결국 총무과나 행정과에 간판만 하나 덧붙이거나 민원실 구석에 정보공개창구를 개설하는 형식적 대응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정보공개제도의 합리적 시행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쌍방향적 행정운영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의 투명성과 더불어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우리의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보공개제도의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참여연대가 지난 10월 16일, 전국 51개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청원한 것은 정보공개제도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는 더 이상 제도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의해서입니다. 지난 4년여의 시간동안 정보공개제도 시행에 성의를 보이도록 참여연대는 노력해 왔습니다. 법 제도의 전격적인 개혁보다는 우선 시행의 묘를 통해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도록 촉구하였던 것입니다.

매년 정보공개 성실도 조사를 실시하여 순위를 발표함으로써 각급 기관의 노력을 촉진하였고, 비공개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불합리한 비공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였으며, 판공비 공개운동을 통해 투명성 제고에 정부 스스로가 노력하도록 기회를 제공하였고, 최근에는 회의록 공개운동을 통해 정책결정과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강력히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참여연대의 노력에 대한 정부의 답은 정말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국정 최고회의인 국무회의록조차 제대로 작성하고 있지 않은 불행하고도 부끄러운 상황에서 회의록의 성실한 작성과 공개를 요구하는 계속되는 시민들의 1인 시위조차 철저히 가로막는 사건조차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정부의 성실한 대응에 기대를 거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지난 4년간 확인하였기에 법 개정운동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첫째, 적용제외대상정보로 되어 있는 국가정보원의 국가안전보장 관련 정보를 폐지해야 합니다.

참여연대가 1999년 5월 국가정보원의 총무과에 주요문서목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국가정보원은 현행법 제4조 제3항을 들어 국가정보원 자체가 이 법의 적용제외기관임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국가정보원 역시 정보공개법의 적용대상기관임을 명백히 한 바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에 대통령도 포함되는데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배제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국가안전보장 관련 정보는 비공개대상정보 조항 등을 통해 특별한 보호조치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국가기관 중 유일하게 국가정보원만을 정보공개법의 적용제외대상기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므로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둘째, 비공개대상정보의 요건을 강화하고 그 범위를 축소해야 합니다.

정보공개법의 제정과정부터 현행법이 가지는 한계로 지적된 것은 비공개대상정보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공공기관이 현행법상의 ‘중대한 이익’, ‘공공의 안전과 이익’, ‘우려’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비공개사유를 악용 내지 남용하는 사례가 잦고, 기관장의 판공비 등 조금이라도 민감한 사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기술상 비공개대상정보의 구성요건을 정밀하게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한 비공개대상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소 정리하고 애매모호한 문구를 삭제해야 합니다.

셋째, 정보공개결정기간을 단축하고, 수수료 감면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결정기간이 최장 30일까지로 지나치게 길고, 수수료 감면제도 역시 해당기관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 실효성이 없습니다. 정보의 시의성을 고려할 때 10일이내(10일 연장가능)로 단축하는 것이 타당하며, 정보공개청구목적이 공익적인 경우나 정보공개량이 50매이하인 경우 등에는 수수료 감면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넷째, 정보공개제도의 총괄기관으로 정보공개위원회를 신설해야 합니다.

행정자치부라는 한 정부부처가, 실질적으로는 행정능률과의 공무원 몇 명이 수많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보공개제도의 올바른 시행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보공개업무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정보공개업무를 총괄하고 정보공개심판을 전담할 정보공개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합니다. 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비영리민간단체가 추천하는 전문인을 일정비율 참여하게 하는 한편 위원의 상당수를 상임위원으로 하여 형식적 심사기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벌칙조항을 신설하여 고의로 정보공개를 거부하거나 허위정보를 공개한 자 등을 처벌하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법은 그 규범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자체 내에 벌칙규정을 갖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보공개를 거부, 회피할 목적으로 정보목록 기재를 누락, 또는 허위로 기재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없이 정보공개를 거부, 또는 진실하지 아니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등에 관한 벌칙조항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참여연대는 이제 정보공개제도의 온전한 시행을 위해 정보공개법 개정운동을 힘차게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와 행정의 투명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보공개법을 개정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 2001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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