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게 ‘국감’은 ‘국정 감싸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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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게 ‘국감’은 ‘국정 감싸기’인가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10.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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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이번 국감에서는 세종시, 4대강, 정운찬 총리 도덕성, ‘청와대 250억 기금 모금 압력’, 경찰의 반인권적 ‘시위사범 전산관리’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KBS는 이런 쟁점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KBS는 저녁 메인뉴스에서 4대강, 정운찬 총리 의혹 등을 외면하거나 축소 보도했으며 다른 쟁점들도 여야 입장을 ‘공방’으로 전하거나 단순 나열하는 ‘국감 중계’에 그쳤다.
 
KBS가 축소·외면한 쟁점들
5일 법사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회 사무처가 헌법재판소에 언론법안 날치기 처리와 관련된 주요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따졌다. 그러나 KBS는 <팽팽한 신경전>(김덕원 기자/10.5)에서 야당의 문제 지적 내용은 다루지 않고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적법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며 ‘여야정쟁’만 우려했다.
또 6일 KBS는 수자원공사가 법률 자문을 받아 ‘4대강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수행하는 것은 하천법 및 수자원공사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국토해양부에 보고했으나 묵살 당했다는 민주당 김성순 의원의 폭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세종시·4대강’ 공방>(은준수 기자/10.6)은 수공의 의견서 내용과 국토부가 이 의견서를 묵살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채, “국토부 장관 대행 의뢰 없이 수공이 치수사업을 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는 김성순 의원의 발언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정종환 장관 발언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정운찬 총리의 공무원법 위반, 청문회 위증도 어물쩍 넘어갔다. 7일과 8일 정운찬 총리가 청문회에서 밝힌 것과 달리 민간기업의 고문을 맡아 1억여원의 수입을 올리고, 포스코 청암재단의 이사를 허가 없이 맡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KBS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을 7일 메인 뉴스 뒷부분에, ‘단신’으로 전했다. 뿐만 아니라 “정운찬 총리가 교수로 재직하던 도중 한 민간경제연구소로부터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고문’이 아니라 “자문료 등의 명목”이라고 표현해 공무원법 위반부분을 애매하게 처리했다.
<“허가 거짓”…“착각”>(우한울 기자/10.8)에서는 정 총리의 잇따른 위증 문제를 정확하게 따지지 않고,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정운찬 총리가 오늘은 잘못을 인정함에 따라 야당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12일에는 경찰이 시위사범을 공안사범으로 분류해 따로 전산관리를 해왔으며, 이들의 가족과 친지의 공안기록까지 함께 검색해 재판자료로 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KBS는 관련 보도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KBS는 ‘정부가 전경들만 미국산 쇠고기를 먹였다’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비판(14일), ‘내년 상반기쯤 출구전략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답변(15일) 등 이명박 정부에 불리하거나 정부의 입장과 다른 발언은 보도하지 않았다.
 
 
 
KBS, ‘여야공방’으로 본질 흐리기
KBS는 쟁점을 보도한 경우에도 ‘여야공방’으로 몰아가거나, 여당의 정부 두둔성 발언을 함께 싣는 등 초점을 흐렸다. ‘청와대 250억 기금모금 압력’은 그 대표적 사례였다.
7일 국정감사에서는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사 임원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실세’가 회장으로 있는 민간협회에 250억의 출연기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KBS는 이날 “방통위와 청와대까지 나서서 통신사들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비판과 “디지털미디어협회가 비영리기구로서 기금 모금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의 옹호성 발언을 나란히 실어 문제의 심각성을 흐렸다. 그리고는 “청와대가 나서 IPTV 업무 담당 행정관이 협회와 회원사 관계자들을 불러 애로 사항 등을 듣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덧붙이는데 그쳤다. 이 보도만 본다면 ‘별일 아닌 일’에 야당이 정치공세를 펴고, 정부여당은 반박한 것으로 비칠 우려가 컸다.
12일 검찰이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그룹을 ‘봐주기 수사’한 의혹도 마찬가지였다. KBS는 <‘효성 봐주기’ 논란>(강민수 기자/10.12)에서 여야의 공방을 나란히 전한 뒤 “절차에 따라 혐의 내용을 충분히 수사했다”는 검찰의 답변을 덧붙였다.
KBS는 13일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의 촛불집회 ‘과잉진압 지시’에 대해서도 “잔당소탕”, “보는 족족 검거” 등 문제가 됐던 주 청장의 발언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집단 폭행당하고 하는 상황에서 경찰관도 대응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두둔 발언’, “공공질서에 대한 심각한 피해 이런 부분은 의원이 말씀 안하고 계신다”는 주 청장의 반박을 실었다.
이렇게 KBS는 정부에 불리한 국감 쟁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여야공방으로 접근해 본질을 흐리는 등 제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국정감사의 구태’라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큰 틀의 ‘국감 물타기’ 행태도 보였다. <국감 구태 여전>(이승철 기자/10.9)은 여야간 막말과 정회 등 파행적인 국감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쳤다.
 
지금까지 KBS의 국정감사 보도는 ‘국정 감싸기 보도’였다. 도대체 KBS 뉴스만 본다면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 것은 없고 야당은 공세만 펴는 듯하다. 그러면서 여야의 구태만 피상적으로 보여주니 국정감사에 대한 불신감만 키우는 꼴이다. KBS의 이런 보도행태는 국정감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부의 잘못들을 덮고 국민의 눈과 귀를 딴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이 KBS를 지켜보고 있다. KBS가 ‘비판능력 상실’을 넘어 ‘정권 감싸기’에 앞장서고 있음을 국민들이 모른다고 착각하지 말라. 많은 국민들은 KBS를 심판 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과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 19일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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