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사장과 MBC, 굴복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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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과 MBC, 굴복하면 안된다
  • (사)민주언론시민연합
  • 승인 2009.09.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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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친여 성향 이사들이 ‘MBC 흔들기’에 더욱 열을 올리는 가운데, MBC 경영진이 부당한 압박에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대놓고 편성권 침해 주장을 펴는 등 망발을 쏟아냈다. 이날 이사회에서 김광동 이사는 엄기영 사장이 내놓은 ‘뉴MBC 플랜’에 대해 “상징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2580> <뉴스 후> < PD수첩> 등은 큰 차이가 없어 프로그램의 통폐합 등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홍재 이사는 “<100분토론> 시청자의견 조작의혹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 PD수첩>에 대한 이사회 재논의에 대해 아무런 보고가 없다”며 2주 뒤에 실행 계획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차기환 이사는 “단체협약 제23조의 정책 발표회, 정책 간담회, 공방협 조항에 기한(따른) 중간 신임평가 등 인사권 제한 조항이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단체협약 개정·폐지 조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압박했다.

김광동 이사의 ‘시사프로그램 통폐합’ 궤변은 명백한 방송편성권 침해다. 방송법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4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방문진 이사회의 역할은 MBC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엉뚱하게 프로그램 편성에 개입해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것은 방문진 이사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조차 모르고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프로그램이니 ‘통폐합’하라는 논리는 김 이사 스스로도 억지임을 알 것이다. 김 이사가 언급한 프로그램의 면면을 보면 ‘통폐합’ 운운한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2580> <뉴스후> < PD수첩>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들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 김 이사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축소하거나 없애버림으로써 공영방송의 ‘권력 감시·비판’ 기능을 무력하게 만들고 싶은 것 아닌가?

최 이사의 <100분토론>·< PD수첩> 재조사 발언 역시 궁긍적으로 MBC의 비판·감시 기능을 위축시키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 PD수첩>이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탄압 받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검찰의 억지 수사를 비판해도 부족할 방문진 이사가 ‘재조사’ 운운한다는 것은 권력의 탄압에 맞서고 있는 < PD수첩>을 안으로부터 흔들겠다는 것이다. 또 <100분토론>의 경우는 이미 지난 5월 21일 방송에서 진행자가 ‘시청자의견을 소개하는데서 일부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사회에서 거듭 문제를 삼겠다는 것은 무엇이든 트집을 잡아 ‘엄기영 체제’를 길들이겠다는 것 아닌가?

‘노사 단체협약’을 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친여 성향 이사들은 단체협약의 몇몇 내용이 ‘경영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내용은 보도·제작·편성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국장책임제’(단체협약21조)와 보직자에 대한 중간평가 내용을 담은 ‘공방협 운영규정 8조’ 등이다. 이런 규정을 마련한 취지는 편성권 독립 등을 저해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노조가 문제제기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영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
 
문제 발언을 쏟아낸 방문진 이사들에게 묻는다. 지금 MBC의 국민적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 바로 방문진의 친여 이사들이다. 이들은 취임하자마자 엄기영 사장을 흔들고 나섰고, 이사회의 권한을 넘어 공영방송의 편성권을 훼손하고 있으며, 비뚤어진 시각으로 비판 프로그램들을 ‘편파방송’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방문진 이사인지 방송장악의 전위대인지 알 수가 없다.
MBC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당장 중단하고 방문진 이사답게 처신하라. MBC 흔들기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언제까지나 ‘이명박 세상’, ‘한나라당 세상’일 것 같은가? 정권에 부역해 공영방송을 탄압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엄기영 사장에게도 촉구한다.

정권과 방문진의 친여 이사들이 엄 사장을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국민들이 정권으로부터 공영방송 MBC를 지켜달라며 엄 사장을 격려하고 있다. 부당한 압박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엄 사장이 내놓은 이른바 ‘뉴MBC 플랜’과 최근 행보를 보면 실망과 우려를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일례로 사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리뷰하겠다’는 이른바 ‘리뷰보드’는 사전 검열의 의혹이 짙다. 경영자인 사장이 프로그램 리뷰 회의를 주재한다는 자체도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 엄 사장은 23일 방문진 업무보고에서 ‘9월 말까지 노조의 경영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체협약 개정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보고한 데 이어 사측의 희망사항을 일방적으로 사보에 게재해 노조의 반발을 초래했다. 24일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엄 사장이 <피디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 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사내외에 여러 차례 표명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교체 대상 진행자가 <100분토론>의 손석희 교수라는 설까지 나온다.

경영진과 노조가 힘을 합쳐 안팎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야 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엄 사장이 굳게 손잡아야 할 사람들은 방문진의 친여 이사들이 아니라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건강한 내부 구성원들이며,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엄 사장이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사명을 되새기고 내부 구성원들과 함께 MBC를 지켜내는 데 앞장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노조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에게도 당부한다.

이명박 정권의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방송장악과 언론탄압 행태에 MBC도 위축되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우리 단체가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MBC 보도의 권력 비판·감시 기능이 현격하게 무뎌지고 있다. 이러다가 MBC마저 KBS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든,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흔들기’든, MBC마저 장악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주기 바란다. 시청자들에게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다. MBC 구성원들의 어깨가 무겁다.  / 2009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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