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보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수원박물관이 9일부터 12월 17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 ‘수원 보물전’에서는 수원박물관·수원화성박물관·수원광교박물관 등 수원시 3개 박물관이 그동안 수집한 ‘명품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에는 국가지정문화재 5점, 경기도 지정문화재 11점을 비롯해 ‘지정 문화재급’ 유물 등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유물 50여 점이 전시된다.
‘수원 보물전’은 3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1부는 영조(조선 제21대 왕)와 장조(사도세자)·정조(제22대 왕)의 글씨와 조선 시대 귀중본 서책(書冊) 전시다.
■ 영조, 장조(사도세자), 정조가 쓴 글 전시
보물 제1631-3호로 지정된 「영조어필-읍궁진장첩」(英祖御筆-泣弓珍藏帖), 장조가 쓴 「집복헌필첩」(集福軒筆帖), 정조가 세손 시절 쓴 「정조어서첩」(正祖御書帖)등이 전시된다. 세 사람의 필체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읍궁진장첩」은 영조가 노년에 쓴 어필(御筆, 왕이 쓴 글) 12점을 모아 엮은 서첩이고, 「집복헌필첩」은 장조의 글씨와 그와 관련 있는 인물들의 간찰(簡札)을 모은 책이다. ‘집복헌’은 장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정조어서첩」은 정조가 동궁(東宮) 시절에 쓴 글씨들을 모은 서첩이다.
지난해 11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924호로 지정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도 전시된다. 「조선경국전」은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1342~1398)이 1394년 태조에게 지어 올린 사찬(私撰) 법전이다. 조선 후기 무예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무예제보」(武藝諸譜)는 이번 기획전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 조선시대 명필 글씨를 한 자리에서
2부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명필의 글씨를 만날 수 있다. 수려한 서풍을 자랑하는 안평대군(安平大君, 세종대왕의 아들)의 글씨부터 독자적인 추사체를 창안한 김정희(1786~1856)의 글씨가 실려있는 보물급 서첩 「삼사탑명」(三師塔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박태유(朴泰維) 필적 백석유묵첩」(보물 1675호), 「김우형(金宇亨) 서첩 기오재희묵」(경기도유형문화재 제293호)을 비롯해 성수침(成守琛)·윤증(尹拯)·송준길(宋浚吉)·김수증(金壽增) 등 조선 중후기 학자·문신이자 서예가였던 이들의 글씨도 전시된다. 수원박물관 관계자는 “붓길을 따라 만들어지는 예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부 전시는 조선 시대 사대부의 초상화로 구성된다. 17세기 공신상(功臣像)의 전형적 양식이 드러나는 「박유명(朴惟明) 초상」(보물 제1489호), 정조 시대를 대표하는 명신 채제공(蔡濟恭)을 그린 「채제공 초상 시복본」이 공개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조선 시대 초상화가들은 터럭 한 올이라도 닮지 않으면 그 사람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인물의 정신까지 그려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 수원화성박물관은 '성곽의 꽃, 수원화성' 주제로 특별전
수원화성박물관과 수원광교박물관도 크고 작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수원화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20주년’을 기념해 12월 10일까지 ‘성곽의 꽃, 수원화성’을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화성성역의궤」, ‘화성부 성조도’, ‘화성도’ 등 수원화성의 문화재적 가치를 알 수 있는 축성 관련 유물이 전시된다. 또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아름다운 수원화성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수원광교박물관은 올해 보존처리가 완료된 ‘손재형 해행 칠언구 대련’의 보존처리 과정을 전시한 ‘보존처리 틈새 전시’를 12월 31일까지 연다.
서예가 손재형(1903~1981)의 해행 칠언구 대련 액자 2점은 손재형이 문교부 장관을 역임한 민관식(1918~2006)에게 1972년 선물한 작품이다. 곰팡이, 얼룩, 액자 파손 등 적지 않은 손상이 있었지만 수원광교박물관은 6개월여 동안 이어진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손상상태를 개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