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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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07.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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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란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해 받아들이는 심리상태를 일컫는다.

이를테면 새벽시간대 좁은 골목길에서 과속으로 자동차를 주행할 경우 통행인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같은 일이 발생해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경우나 상대방이 죽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심하게 폭행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필적 고의는 고의와 과실의 중간영역인 ‘인식 있는 과실’과 구별이 어렵다. 골목길 과속 질주로 인해 통행인이 치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예견한 점에서는 미필적 고의나 인식 있는 과실은 마찬가지다.
다만 차에 치어 죽어도 할 수 없다고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심리상태는 미필적 고의이고, 새벽시간대여서 통행인이 없어 이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심리상태는 인식 있는 과실이다.

앞의 예에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경우 살인죄의 책임을 지게 되고, 인식 있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과실치사가 돼 형이 가벼워진다.
경기지방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근 벌어진 쌍용자동차 노·노간 유혈충돌, 당시 이른바 ‘볼트새총’을 쏜 해고 노조원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이 같은 법 적용 검토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볼트새총 사용이 살의(殺意)를 가진 행위라는 자의적 판단에 기인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처라는 게 경찰의 입장이지만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십수 년간 인생을 바친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죽은 자’들이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산 자’들의 공장진입을 막으려고 쏜 볼트새총이 인마살상용이라고?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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