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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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 대한 단상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05.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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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마다 전문가는 있게 마련이다.

오늘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전문가도 더욱 늘어나 '전문가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경우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시작과 함께 근대적 산업으로 출발한 까닭이다.

1883년 10월 서울(당시 한성부)에서 창간된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가 나오기 전까지 근대적 의미의 기자 역시 우리 사회에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새롭게 나온 온갖 상품과 기법, 기술, 사태, 사건은 그 수만큼이나 또 전문가를 양산하고 있다. 점점 다원화되고 있고, 그 수적인 면에서 증가하고 있는 전문가, 그것은 무엇일까. 

일단 그것이 무엇이든 전문가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문가의 자리에 등극하기 위해서는 누구든 어떤 분야든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물론 10년 몸담았다고 해서 다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단지 기량만 갖춰서 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보다 전문가는 기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그 기술을 잘 운용하는 사람쪽에 가깝다.
못질을 잘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전문가란 개념 안에는 담겨 있는 것이다.  나는 잠시 현대중공업에서 배 만드는 일을 하면서 어느 노장의 화려한 망치 기술을 보고 망치질이 단순히 못을 망치로 때리는 것이 아님을 절감한 적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문가는 쉽게 탄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분야에 국한되지만 매우 통합된 개념으로서 전체성을 띠는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사의 기자에게는 어떤 전문성이 요구되고, 어떤 기자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특정 분야에 밝고 신속하게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며, 이를 오탈자 없이 매끄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기자를 말할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데이비드 해켓 수터(69)와 오바마 미대통령은 해답의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있다. 

수터는 최근 그의 퇴임사에서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추구하듯이 흠잡을 데 없는 재판진행이나 그 다음해 판례집에 실릴 만한 완벽한 판결문을 쓰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운이 좋아 판사 시절 그런 판결을 몇 개 남긴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그 의미가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수터에 대한 헌사에서 "추상적인 법이론이나 판례집의 각주까지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이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국민들의 희망과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 나라라 코쟁이 두사람이 기량은 넘치나 인성은 여전히 빈곤한 우리사회의 기자, 판사, 검사, 정치인, 의사, 공무원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데일리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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