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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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
  • 기호일보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05.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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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시절 성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성 전환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모 공중파 방송이 주최한 심야토론에서 보수와 진보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황석영 씨처럼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사람이 많은 게 바람직하지 않냐는 시민논객 질문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한 답변이다.

소설가 황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순방길에 동행하고 ‘5·18 민주항쟁’을 가리켜 ‘광주사태’라고 지칭한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그가 5·18 민주항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태도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황 씨는 광주의 저항과 참상을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보고서의 저자이자 ‘님을 위한 행진곡’의 작사자다.
그런 그가 최근 5·18 민주항쟁에 대해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1970년대 영국 대처 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재권력에 의해 자행된 엄청난 비극을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대범함’을 보인 것이다.

황 씨는 또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어 돕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11월 대선 직전 여의도에서 열린 ‘2007 창작인포럼’에서 연합정부를 전제로 한 진보개혁세력들의 선거연합을 주장했던 그의 입장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물론 세월이 흐르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에 대해 단번에 생각을 바꾸면 ‘변화’한 것이 아니라 ‘변절’했다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중국 전통 연극에 변검이란 게 있다. 세월이 흐른 뒤 황 씨가 어떤 얼굴로 우리 앞에 설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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