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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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05.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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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꼼수라고 한다. 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용인외국어고등학교가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노라면 이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용인외고는 지난 3월 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2010학년도 신입생 전형 방법(안)’을 발표하면서 ‘지역우수자 30% 선발’이라는 용인시와의 협약을 사실상 사문화시켰다. 용인외고는 지난 2002년 12월 지역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시와 한국외대가 학교 설립에 관한 협약을 맺은 뒤 도비 80억 원과 시비 378억 원이 투입돼 설립됐으며 지난 2005년 개교했다. 당시 한국외대에 막대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반대여론과 용인에도 명문고교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찬성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지역할당제라는 카드가 반대여론을 잠재웠고 ‘내 자녀도 용인외고에 입학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기대감을 등에 업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비록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지역 우수자 중도 탈락 많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리긴 했지만 용인외고는 첫 신입생 입학 이후 5년간은 시와의 협약을 충실히 준수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용인외고는 내년도 신입생 전형 방법(안)을 발표하면서 그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올해까지는 지역 우수자 특별전형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거주 기간을 엄격히 제한했으나 내년에는 입시시점에만 용인지역 중학교에 다니면 입학이 가능하도록 아예 칸막이를 없애버렸다.

용인외고는 이 같은 꼼수를 부리고도 지역우수자 30% 선발은 변한 게 없기 때문에 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때는 무늬만 용인지역 중학생을 입학시켜 달라는 게 아니었다. 순수 용인지역 중학생 30% 입학이라는 전제가 없었다면 용인외고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한 억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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