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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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폭력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04.22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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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2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P씨가 글을 게시할 당시 허위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허위성을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법원 판단이 잘못됐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비켜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1월 검찰이 P씨를 긴급체포할 당시부터 국가권력이 앞장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P씨가 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는 점에서 P씨의 구속수사는 ‘반정부 여론 재갈물리기’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샀다.

물론 상급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긴 하지만 보수적인 법원마저도 1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이 같은 지적과 의혹이 결코 근거없는 억측이 아님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유죄판결을 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건더기가 없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구속수사라는 초강수를 둔 검찰에 의해 ‘합법적 폭력’의 희생양이 된 미네르바 P씨는 그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아무런 죄도 없이 수개월 동안 인신을 구속당하고 ‘경제학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전문대 출신 무직자’라는 비하성 발언을 듣고도 그나마 뒤늦게라도 무죄방면된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이번 판결이 합법적 폭력을 근절하는 계기라도 돼야 미네르바 P씨가 덜 억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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