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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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03.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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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이루거나 이루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갖춰야 할 상태나 요소’, ‘일정한 일을 결정하기에 앞서 내놓는 요구나 견해’. 조건(條件)의 사전적 의미다.

원하든 원치 않든 세상사 모든 일에는 조건이 붙기 마련이다. 연인 사이에서도 처음엔 무조건적 사랑을 되뇌이다 시간이 지나면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기 일쑤다.

연인관계가 이럴진대 이해관계가 얽힌 갑·을 관계에서 조건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관에서 하는 각종 인·허가와 사업승인에는 갖가지 조건이 따라다닌다. 개발행위나 건축행위 등 해당 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되레 이 같은 조건이 개인이나 업체에게 민원회피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용인시 수지구 신봉도시개발지구 내 도로개설이 대표적인 예다. 시는 지난 2006년 7월 신봉지구 실시계획 인가 당시 폭 30m·길이 408m의 대2-17호와 폭 30m·길이 177m의 대2-18호에 대해 공동주택 준공전 도로개설을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대2-17호와 대2-18호 개설주체인 ㈜E건설과 J건설㈜은 느긋하다. ㈜E건설이 신축 중인 아파트는 오는 2010년 5월이 최초 입주예정일이고, J건설㈜이 건설 중인 아파트는 착공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아파트 준공전 도로개설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 도로가 지난 2005년 착공, 오는 6월 말 개통예정인 용인~서울 민자고속국도 상에 설치된 서수지나들목 접속도로라는 사실이다. 시가 만약 실시계획 승인 당시 ‘고속국도 개통 전 도로개설’이란 조건을 달았다면 인근 주민들이 지척에 고속국도를 두고도 우회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건 하나 제대로 달지 못해 뒤늦게 대책을 세우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시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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