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동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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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동승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5.03.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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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지역 모 대학 어귀에는 승용차가 지나갈 때면 무임승차하기 위해 도로까지 내려와 손을 흔드는 대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이 같은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 셔틀버스가 운행되긴 하지만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한꺼번에 학교로 실어나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애시당초 무임승차를 포기하고 도보를 택하는 학생도 있지만, 버스 정류장에 내려 학교까지 걸어가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탓에 상당수 대학생들이 무임승차에 목을 매는 실정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여대생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차량에 태운 뒤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범인은 번호판을 청테이프로 가리는 치밀함마저 보였다. 피해자가 3명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적어도 이 ××× 눈에는 수업시간에 늦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는 여대생들이 파렴치한 범죄의 먹잇감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이름하여 호의동승(好意同乘)이다. 본디 이 용어는 자동차의 운행자가 대가를 받지 않고 선의에 의해 동승케 하는 것으로, 직장 출근 시 지인을 태우고 출근하는 경우나 마을 어귀에서 만난 동네 어른을 태우고 운행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한데 호의동승이 성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호의동승에 의한 성범죄는 성격상 면식범에 의해 이뤄지거나 연쇄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발생한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의 경우 여전히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대생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점이 번화가인 점을 들어 호의동승으로 여대생을 태워 납치한 뒤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범죄를 염두에 두고 동승케 한 것이어서 ‘악의동승’(惡意同乘)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게다.

‘악의’를 가슴에 숨기고 ‘호의’를 얼굴에 드러내는 족속들 탓에 호의가 온전히 호의가 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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