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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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4.07.1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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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무2패.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초라한 성적표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27일 벨기에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일견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때론 실패가 성공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허나 국가대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경험’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 알 수 있다.

베스트 11 중 박주영·이청용·기성용·정성룡 같은 선수들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의 ‘달콤함’을 맛본 선수들이다. 16강 진출을 경험한 선수들이 조별리그 탈락에서 무슨 경험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회에 첫 출전한 대다수 선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기는 경험’은 분명 자신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테지만 이번처럼 참패한 대회에서 어떤 유의미한 경험을 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는 이영표 해설위원은 그의 ‘경험 타령’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월드컵은 경험하러 나오는 자리가 아니라 실력을 증명하는 무대”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쇄신과 변화 없이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다음에는 잘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는 실패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1일자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32개 기초자치단체가 민선6기 닻을 올리고 출항했다. 초선·재선·삼선할 것 없이 대다수 단체장들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 시끌벅적한 취임식을 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조용하게 첫날 임기를 시작했다.

4년 뒤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자위하며 자리를 떠나는 실패한 단체장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단체장은 경험이나 쌓으라고 뽑아 준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험! 아무나, 아무때나 하는 게 아니다.

                                                               # 우승오 기자는 기호일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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