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돌아 오지 못 할 강 건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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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돌아 오지 못 할 강 건너나
  • 김영열 기자
  • 승인 2008.06.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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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대통령 '데 라 루아'의 최후와 흡사

페르난도 데 라 루아(Fernando De La Rua)는 1938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약 700㎞ 떨어진 제2의 도시 코르도바에서 태어났다.

그는 21세에 코르도바 법과대학을 졸업하면서 곧바로 변호사를 시작했고 행정부 내무관리를 거쳐 온건 좌파인 ‘라디칼(UCR)당’에 입당,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 2001년 실각한 데 라 루아(Fernando De La Rua) 아르헨티나 대통령
데 라 루아는 1983년 온건 좌파인 라디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알폰신(Raul Alfonsin) 전 대통령과 맞섰으나 아깝게 패한 후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첫 민선시장에 도전, 여당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면서 정계의 중심인물로 떠오른다.

시장에 당선된 그는 당시 6억 달러에 달했던 시 재정적자를 해결하고 부정부패의 척결, 불안한 치안을 안정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게 된다.

이후 그는 자신이 속한 중도좌파인 사회민주계 라디칼(URC)당과 좌파연합체인 프레파소당이 공동 구축한 야당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어 긴축재정과 달러, 페소화 등가제 등 빈부격차 해소와 실업 및 빈곤 타파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대통령에 출마했다.

이런 자신의 치적을 밑천으로 데 라 루아는 1999년, 당시 집권 2기를 맞으며 실업률증가와 부정부패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페론당의 두알데(Eduardo Duhalde)후보를 누르고 국가 최고수반인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른다.

온화한 풍모를 자랑하고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그는 소도시 시장 재직당시 탁월한 행정능력을 발휘하며 청렴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 그 여세를 몰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좌파성향의 중도정치를 표방하며 재정적자 감축과 높은 실업률 해소, 부정부패 척결, 일자리 창출과 5%의 경제성장, 전면적인 교육개혁과 친미계열의 외국계 대기업을 위한 노동법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국민 50% 이상의 지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집권한지 석달만에 지지율을 20%대로 까먹고, 결국 집권 2년 만에 대통령궁 옥상에 대기시켜 놓은 헬기를 타고 도망치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 서울시장 당시 시청앞 MBC시청자 촬영대회에 참석한 이명박의 파안대소
같은 맥락의 이명박 대통령은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에 반발해 발생한 6.3 민주화운동(대학시절, 현재는 중도보수 표방), 서울시장 재직시, 시 재정 흑자전환과 버스 노선 개선, 청계전 복원을 업적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출마, 일자리창출, 경제살리기와 허울좋은 747공약으로 대통령 당선된 후 대기업위주의 경제정책, 공기업 민영화 추진, 친미 정책, 대운하 밀어 붙이기, 촛불 문화제탄압(아르헨티나 주부들 냄비시위 탄압과 흡사)과 공권력 강화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지지율 폭락(중앙일보 6월1일 10%대)을 보이고 있다.

우리 인간들은 가끔 처음 간 곳인데 언젠가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인데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살아가다 보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데 이를 ‘데자뷰(기시감)’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데 라 루아 대통령의 실각은 데쟈뷰가 아닌 실제 상황임에도 이명박 정부가 깨닫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따라가고 있다.

지금 성난 국민들의 부르짖음은 "내 돈 내고 질좋은 쇠고기 사서 먹을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입만 열면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정부는 협상 결과를 바꿀수 없으니 미국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을 듣기 싫을 정도로 지껄이고 있다. 이는 국민을 섬기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잘하겠다고 다짐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런데 아직도 '섬김'이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 생활을 너무 오래하지 않았나 하는 나름대로 생각이다.

무자비한 경찰 공권력이 선량한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지금, 아르헨티나 '페르난도 데 라 루아(Fernando De La Rua)'의 역사가 남긴 교훈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은 것은 혹 필자만의 생각인지 반문해 본다.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은 '데 라 루야' 아르헨티나 대통령처럼 돌아오지 못 할 강을 건너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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