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수원시, 교통체증 유발 강제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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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수원시, 교통체증 유발 강제철거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7.06.12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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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청 역사 조성공사 놓고 마찰 우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길바닥에서 생활하는 것도 모자라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수원시청 앞에서 504일째 천막시위를 벌여오고 있는 전국철거민연합 화서주공철거민 대책위원장 안아무개(46)씨. 안씨는 국책사업인 수원~오리간 분당선 연장공사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원시청역사 건립에 우려를 나타냈다.

   
 
  ▲ 수원시청 맞은 편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화서주공철거민 대책위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데일리경인 이정하
 
 
전철사업에 반기를 든 것이 아니다. 오는 7월부터 공사가 시작되면 당장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즉 시청 앞 기존 10개 차로 가운데 3개 차로를 막는 공사 진행방식은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이를 빌미로 시가 강제철거 등 압박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 시는 관공서와 금융이 집중된 인계동 농협사거리 한 복판에 역사 조성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교통 불편에 따른 민원발생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화서주공 대책위의 천막이나 차량이 불편을 초래한다면 경찰의 협조를 구해 집회신고 자체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따라서 지난 3월 시가 소음피해 민원 등을 이유로 천막농성장을 강제철거 하자 대책위가 시청사 진입시위를 벌인데 이어 또 다시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교통체증 유발되면 강제철거...

분당선연장 전철사업은 수도권 남부 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총사업비 약 1조5000억원을 들여 수원~오리간 전체 20.69km를 연장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성남(오리)을 시점으로 수원시 영통에서 망포사거리를 거쳐 수원역으로 이어지는 연장선은 7개 공구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 11일 오후 수원시청 맞은편 공원에서 화서주공철거민 대책위가 이주단지 조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데일리경인 이정하
 
11일 시에 따르면 현재 수원시 관내 망포사거리 방죽역사, 영통역사 등 3개 역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시청역사 조성공사는 팔달구 인계동 농협사거리에 지하2층 연면적 4100㎡, 연장 205m 규모 만들어 진다. 역사 공사는 교통체증 등을 감안해 총 8단계로 나누어 추진되며 2012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역사가 들어설 농협사거리 주변은 백화점과 관공서, 은행 등 상업시설이 밀집된 중심가. 때문에 차량 및 보행자 등 유동인구가 많아 본격 공사가 진행되는 7월부터 극심한 교통정체가 예상된다.

때문에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1년 이상 한 개 차선을 점거하고 있는 화서주공 대책위 이전문제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시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화서주공 철거민 문제는 역사조성 공사와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교통체증 등으로 민원이 발생한다면 관계부서 및 경찰의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사업인 만큼 공사일정 등을 고려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강경 대응

이에 대해 화서주공 대책위는 시가 재건축 임대주택 입주권이나 이주단지 조성 등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원장 안씨는 "공사가 진행되면 시가 지난 3월 새벽 3차례나 급습한 것처럼 강제수단을 동원해 압박해 올 것"이라며 "이곳에서 죽더라도 대책위의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수원시가 화주주공 재건축 아파트가 ‘민간 아파트’인 점을 들어 철거민을 지원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마찰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화서주공 대책위는 지난해 1월 말 수원시 팔달구 화서주공아파트가 재건축으로 강제퇴거된 뒤, 중학생 2명과 유치원생 2명을 포함해 8가구 15명이 시청 앞에서 노숙 생활을 해 오고 있다. 

   
 
  ▲ 수원시청 역사가 들어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농협사거리 전경. 수원시청 등 관공서를 비롯해 백화점, 은행 등이 즐비해 있다.
ⓒ 데일리경인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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