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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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3.04.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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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런 아이였다. 뜀박질을 잘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운동회 때 이어달리기 선수로 뽑혔다. ‘앞만 보고 냅다 내달리라’는 격려 메시지를 ‘처절하게’ 실천했다. 마주보고 바통을 이어받은 탓에 트랙을 반대로 돌면서도 ‘앞만 보고’ 뛰었을 만큼 티없이 맑았다.

그는 그런 아이였다. 지금은 정전사고 주범으로 몰려 유해조수로 낙인 찍힌 까치를 사랑한 나머지 집 앞 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집에서 새끼를 집으로 ‘모셔’ 왔다. 땅콩이며, 지렁이며 온갖 모이를 정성껏 먹이면서 까치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까치도 아이의 정성에 감복해서인지 새끼티를 벗어나고부터는 등하교를 같이할 정도였다. 운동장에서 공놀이라도 할라치면 까치는 어느새 그 아이의 손등이나 어깨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는 그런 아이였다. 집에서 기르던 개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해 매서운 한파에도 개집에서 웅크려 개와 겨울밤을 함께 지새기도 했다.

아버지도 ‘개가 괜찮을(얼어죽지 않을) 정도면 사람도 이상없다’며 에둘러 아들의 티없음에 흐뭇함을 표시했다.

그랬던 그 아이가 장성해 권모와 술수가 판친다는 그렇고 그런 판에 뛰어들었다. 단맛도 쓴맛도 신맛도 짠맛도 봤다. 판 자체가 그래서인지 때로는 그 자신이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모함을 받기도 했다. 그들 스스로가 술수에 능한 탓에 순수함으로 무장한 그의 모습을 위장술로 본 착시였다.

천성은 아무리 몰아내도 곧바로 되돌아 온다는 말이 있다. 인간이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고유한 성격과 개성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제2의 천성’인 인성까지 키워 부족한 천성을 벌충했다면 볼것도 없다.

그런 천성을 가진 이가 ‘꾼’이 될 가능성은 우주선이 태풍에 의해 분해됐다가 다시 조립될 가능성만큼이나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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