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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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指鹿爲馬)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2.09.1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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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삼았다. 조고는 호해를 이용해 정적 관계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한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승상의 자리에 올라 조정을 쥐락펴락했다.

조고가 모반을 일으키려 했으나 여러 신하들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 두려웠다. 조고는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뿔달린 사슴을 2세 황제에게 바치며 “이것은 말입니다”라고 했다((指鹿爲馬, 지록위마).

이에 2세 황제가 웃으며 “승상이 잘못 본 것이오. 사슴을 어찌 말이라 하오”라고 했다.

호해가 말을 마치고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봤다. 잠자코 있는 신하보다 승상이 두려워 “말이다”라고 승상의 거짓에 동조하는 신하들이 많았다. 몰론 “아니다”라고 바른말하는 신하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바른말하는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없는죄를 씌워 죽였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며칠 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규 용인시장이 경찰에 출두하기에 앞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시장은 성명서에서 자신의 결백을 거듭 강조하면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김 시장은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가진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감정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백날천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들 결코 사슴은 말이 될 수 없다. 진실은 어떤 모략에도 결단코 변하지 않는다”라고 항변했다.

‘혹시나’하는 우려를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던 공직자들도 김 시장의 거듭되는 결백 주장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제발 김 시장의 말이 진실이길 바란다.

예외없이 사법처리됐던 역대 민선시장들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용인시민의 명예와 직결된 탓이다. 경찰 수사결과는 ‘지록위록’(指鹿爲鹿)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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