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대령 성폭행 사건 부대서 ‘은폐’ 의혹

인권단체들 “가해자 엄중 처벌, 축소․은폐 관련자 징계” 촉구

2010-08-05     이민우 기자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없었던 일로 하자.”
 
지난 7월 발생한 해병대 대령 오마무개씨의 운전병 성폭행 사건 당시 해병대 쪽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건 은폐를 위해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관련 기사 :  “해병대 대령이 운전병 성폭행” )

군인권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개 인권시민단체는 4일 서울 영등포 미래여성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병대 사령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여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시도한 관련 책임자들을 강력히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신변보호와 치료 및 안정을 위해 장기위탁진료를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 신변의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간부 3명에게 성폭력 사실을 알렸고, 간부들은 대대장에게 위 사건을 보고했다. 문제는 심각한 군인권 침해 사례를 보고 받은 대대장이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없었던 일로 하자’며 사건 은폐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13일 해병대 2사단 부사단장은 피해자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데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지게 되면 그 후배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또 같은 관사에 지내기 때문에 그 가족들 얼굴보기도 민망하다”며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했다고 한다.

부사단장은 ‘사건의 원만한 처리와 합의’ 운운하며 “사단장과 헌병대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가족들을 압박했다.

더구나 사건을 보고 받은 사단장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하 장교들의 사건 축소 은폐 행위를 방조했다는 것이 인권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그뿐 아니다. 7월 13일 피해자 어머니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폭력 사건 진정서를 접수한 다음날부터 가해자의 부인이 피해자의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하였다.전화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여 피해자 가족들을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인권시민단체들은 현행 군인복무규율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군인복무규율(제25조 4항)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해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외부의 성폭력상담소나 기타 인권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란 것이다.

이와 관련 인권시민단체들은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군대 내 사건 해결관행은 성폭력 사건 자체를 공론화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해결되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하여 현재의 군인복무규율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가해자인 해병대 2사단 참모장인 대령 오 씨는 사건 뒤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강제추행에 이르렀다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으며, 7월 16일 보직해임됐고, 군사법원은 같은 달 24일 운전병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