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떠나는 여행 - 충북선 삼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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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떠나는 여행 - 충북선 삼탄역
  • 데일리경인 지천
  • 승인 2007.10.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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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 그러나 세월 저편에 물러선 곳
 

[데일리경인 지천] 고속철도 정차역 신설과 관련해 ‘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서는 곳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서고 인구의 유입은 정체된 반면 지역경제는 공황을 맞고 있다. 인근의 대도시를 하루에 두 차례 왕복할 수 있는 편리함으로 서울이나 대전, 대구 등 대도시로 쇼핑이나 여행을 떠나는 일들이 부쩍 잦아졌기 때문이다.

   

철길과 나란히 흐르는 삼탄강

조치원에서 제천을 잇는 충북선 역시 개통 당시에는 균형발전을 꽤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이었다. 신설역이 들어서면 모든 것이 바뀔 것으로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충북선이 개통되면서 철도가 지나가는 곳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는 엄청난 편차의 인구유동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철도가 지나가는 청주, 충주, 음성은 인구유입이 가속화된 반면, 단양,보은,영동,옥천 등 열차와 무관한 인근 도시에는 인구감소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반적 현상과 무관한 정차역이 있다. 충북선 동량역과 공전역 사이에 있는 삼탄역이다. 구름도 돌아가는 천등산 줄기와 인등산, 마미산 계곡에 감싼 듯한 삼탄역. 더 이상 뻗어나갈 곳도 없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진 곳. 지리적 영향 때문인지 이곳만큼은 역이 들어서도 인구유동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첩첩산중에 이라는 이야기다.


삼탄역
충주에서 제천 방향으로 가다가 산척면사무소에서 우회전 길을 따라가면 서대교와 도덕교를 지나면서 명서초등학교가 보인다. 학교 앞에서 두 갈래 길이 나오지만 초행길이라면 마을주민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언 듯 보면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곳이 입구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차량 두 대가 겨우 비켜설 수 있는 숲길을 따라 진행하면 좁다란 다리가 보이고 건너면서 우측편이 삼탄역이자 그 앞이 삼탄유원지다. 산척에서 시작하는 진입로는 여름을 제외하고 한적한 도로다. 봄에는 길 양옆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사과밭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더한다.


이곳을 지나는 충북선은 58년 목행과 봉양사이가 연장개통 되면서 기암절벽과 깨끗한 물이 열차 여행객들을 불러 들였다. 삼탄강의 물 폭은 좁지만 넉넉한 깊이를 자랑하는 곳이 많고, 명서리를 돌아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휘돌아 내려간다.


무궁화호로 교체된 충북선 열차
유원지는 기차에서 내려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닿을 정도로 가깝다. 삼탄이란 지명의 유래는 관청소여울, 소나무여울, 따개비여울 등 여울이 셋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깊은 산중이라 충북선이 개통되기 전에는 변란을 피해 숨어들어온 사람들이 살았고 화전민들이 머물렀던 곳일 뿐 외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땅이었다.


필자가 돌아본 충북선 정차역 가운데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꼽는다면 단연 삼탄역일 것이다. 조치원에서 출발한 무궁화열차가 동량역을 지나 터널 내에서 감속한 후 바로 정차하는 곳. 오염원이 없는 삼탄강은 물속 고기떼의 움직임까지 훤히 보인다. 삼탄역 뒤편으로는 깎아지른 산이 장승처럼 버티고 아래쪽 계곡에는 삼탄강이 유유히 흐르며 세월의 저편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느낌마저 드는 곳이 바로 삼탄역이다.


최근에는 주변의 산과 조화를 이룬 물줄기는 충주의 명승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체육공원이 준공되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축구장과 테니스장, 족구장 등 주말이면 단체모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견지 낚시꾼들이 몰려오고 특히 산나물채취를 위해 심마니들이 많이 찾지만 아름답다는 경치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장소로 적합할까.


   

사진속 다리가 삼탄역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다.

이곳을 자랑하라면 여름철 피서지로는 불편한 것도 없는 곳이 삼탄유원지다. 아마도 여유롭고 산골 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 강가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야영이 가능하며 강 위로 올라갈수록 맑은 물과 공기를 폐부 깊숙이 느낄 수 있다. 또한 가족과 함께 민물고기를 쉽사리 낚을 수 있고, 넓고 잔잔한 소가 많아 어린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영화 박하사탕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 촬영되었고 “나 다시 돌아갈래!”로 유명해진 진소마을은 이곳에서 한마장정도 떨어져 있다. 경관이 빼어나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진소마을은 워낙 외딴곳이라 박하사탕이 히트치기 전에는 외지에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이야 아스발트로 잘 닦여진 도로가 놓였지만 예전에는 신작로를 따라 십리는 들어와야 하고 공전역에서 철길위로 30분을 걸어야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세월의 저편에 물러서 있는 곳이다. 삼탄역에는 무궁화열차가 왕복 3회 정차하며 버스나 기타 대중교통은 불편한 편이어서 자가 차량 여행이 가장 좋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길이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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