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농원의 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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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농원의 봄 1
  • 궤도이탈
  • 승인 2007.09.0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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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온기에 햇살스민 돌 틈엔
새싹들이 파릇파릇 소근대고
아직 따스함 보다 찬기운이 더 감도는 농원에
용감한 봄의 첨병 산수유가 루비의 붉은 정열을
온몸에 주렁주렁 치장키 위해 노오란 꿈을 피워 내는데
철늦은 하얀 눈이 이를 시샘해
겨울의 침묵을 살짝 깔아놉니다.

그 부조화의 극치가 조화의 극치를 그려내고 있는데
봄의 전령사들은 강요된 침묵 속에서
은밀히 분주하게 봄소식을 만들어 냅니다.
매화는 하얀 눈의 시샘을 시샘하듯
순백의 자태를 조심스레 펼쳐내고
두견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진달래는
봄색깔은 뭐니뭐니 해도 분홍빛이 제격이라며
아련한 그리움을 풀어냅니다.

돌틈의 노오란 제비꽃과 아무대나 민들레도
산수유 보다 높진 않아도 누구 보다도 진한
노오란 꿈을 다북다북 피워내니
개나리가 "나도 노란꽃" 하며 노오란 깃발을
일제히 들고 시위를 시작합니다.

허리 굽어 할미꽃은 마음 만은 청춘인지
가장 붉은 얼굴을 수줍어서 고개숙여 은근히 자랑하고
한 시인이 조국의 봄을 꿈꾸었던 모란의 자태는
기쁨 보단 슬픔이 많은 여인상이 떠올라
봄빛깔에 들뜬 마음은 사색의 즈려밟기로
平常心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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