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겨울동화 주인공 되겠다"
상태바
추미애 "겨울동화 주인공 되겠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8.27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 손학규 후보에 집중 공격

   
▲ 27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범여권의 핵심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예비경선(컷오프)을 위한 첫 토론회에서 각 후보간 뜨거운 공방이 펼쳐졌다.
ⓒ 데일리경인 석희열

"손 후보가 위장전입으로 정권을 빼앗아가려 한다는 말이 있다. 이명박 후보만 위장전입 전문가가 아니닌 것 같다. 이런 사람과 함께 토론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민주세력이 얼마나 잘못했기에 한나라당에서 3등밖에 하지 못할 후보까지 꾸어왔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천정배)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이른바 '대권 9룡'의 진검승부가 막이 올랐다.

27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다음달 3~5일 실시될 민주신당 대선 예비경선(컷오프)을 위한 예비후보들 간 첫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 후보는 저마다 자신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필승카드임을 내세우며 날선 공방을 펼쳤다. 범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노선에 대한 공격이 집중됐다.

손학규 후보는 "이번 대선은 과거세력과 미래세력. 냉전세력과 평화세력의 대결이며 토목경제세력과 디지털 경제세력과의 한판 승부"라며 "풍부한 행정 경험과 도전과 창조의 정신으로 무장한 이 손학규 만이 이명박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고 말했다.

이런 손 후보에 대해 대다수 후보들은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천정배 후보의 칼끝이 손 후보를 정조준했다. 그는 손 후보를 향해 '짝퉁 한나라당' '위장전입' '가짜 미래' '짝퉁 미래' 등의 원색적인 낱말을 섞어가며 직격탄을 날렸다.

천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25일 동안 단식했다. 국민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웠고 통절한 자기반성을 했다"며 "반성하지 않는 친노(친 노무현) 후보, 짝퉁 한나라당 후보로는 절대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고 오로지 개혁후보만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가 큰 화두가 되었는데 지금 여기 위장전입한 사람이 와 있다"면서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한나라당의 기둥이라고 했던 사람이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에서도 3등밖에 못한 사람이 어떻게 이명박 후보를 꺾겠다는 것이냐"고 손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손 후보는 천 후보의 이런 날카로운 칼끝을 '동문서답'으로 피해갔다. 손 후보는 "천 후보의 답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이명박 후보가 왜 60%의 지지율을 넘나드는지를 생각해 보라. 우리 국민들은 잘 사는 나라, 편안한 나라를 원하고 있다"고 말머리를 돌렸다.

이번에는 친노 주자 이해찬 후보가 손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저출산율 문제를 거론하며 "90년대 중반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는데 당시 출산율을 아느냐"고 묻고 손 후보가 "모르겠다"고 하자 작심한 듯 "95년 출산율이 1.58%, 96년 1.54%였다. 그때 출산정책을 바로 세웠더라면 지금처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최근 잇따른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 유시민 후보는 모병제 도입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물은 뒤 손 후보에게 "대선이 끝난 뒤 총선까지 당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영혼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당선자 중심으로 당을 질서있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선자에게 6개월 동안 공천권 등 비상 대권을 주자는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냐"고 물었다.

이에 손 후보는 "한 사람이 당을 지배하고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며, 이제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 민주화의 큰 흐름이 바뀔 수는 없다"면서 "그런 권위주의보다 서로 관용하고 설득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조직력에서 앞서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민주신당의 경선은 한나라당과는 격이 다르다. 국민의 평균 수준을 밑도는 도덕성을 지닌 이명박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 것은 청계천 복원 때문"이라며 "청계천의 추진력을 인정한다면 허허벌판 개성공단을 생산공장으로 만들어 낸 추진력도 인정해야 한다. 개성공단 후보가 청계천 후보를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9명의 대권 주자 가운데 여성 후보인 추미애-한명숙 후보 사이의 신경전도 시종 불을 뿜었다. 두 후보는 햇볕정책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먼저 추 후보가 "미국을 제대로 설득하고 북한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 만이 햇볕정책을 계승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북핵실험 때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크게 흔들렸는데, 한 후보는 당시 총리로서 햇볕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한 말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국회에 사흘간 불려나가 한나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당장 햇볕정책을 폐기하고 개성공단 철회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라고 했다"면서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썼음에도 북의 핵실험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당시 수정이란 표현을 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추 후보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한 총리께서 햇볕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놀랐다"며 "(햇볕정책을) 포기하면 민족의 미래가 흔들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햇볕정책을 지키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 혼자서 강연 정치를 하며 안간힘을 썼다. 기조가 흔들렸다면 철학 부재 아닌가"라고 또 각을 세웠다.

다시 한 후보는 "당시 추 후보가 국내에 없어서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저는 냉전세력의 공격에도 끝까지 햇볕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했고 평화를 지켜냈다. 평생에서 어떤 것보다 총리 시절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것을 무한한 자긍심으로 느끼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동영 후보와 추미애 후보 간 연대(짝짓기)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 추 후보는 "12월 18일까지 민심을 대폭발시켜 반드시 대통합을 완성하고 대선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면서 "대통합 겨울동화의 주인공을 추미애가 맡을테니 정동영 후보께서 겨울동화 국민 감독이 되어 달라"고 제안해 여운을 남겼다. 정 후보는 엷은 미소로 화답했다.

정 후보는 이날 "지난 10년 민주개혁세력과 정동영 정치의 궤적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제 10년 열매를 따야 할 때가 됐다"며 "그런데 수확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민주개혁세력의 뿌리깊은 정통성을 지녀야 한다. 이명박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후보는 개성공단 후보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