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코로나19에도 파주 마을버스는 계속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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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코로나19에도 파주 마을버스는 계속 달린다
  • 유희환 기자
  • 승인 2021.04.14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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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행…교통소외지역 등 노선 효율화
승객 감소로 인한 손실금 지원…운행 더 늘리고, 서비스 더 올리고
시민 99명이 직접 평가…친절한 운전기사, 최대 230만원 지급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엄습해 오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전국 곳곳에서 시내버스는 물론 마을버스업계까지 경영 악화로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지자체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건수는 15.9%(12억 건)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승객이 감소하자,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고 운전기사의 인원을 줄이거나 임금까지 체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파주에서는 오히려 마을버스를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마을버스가 예전보다 더 자주 운행되고, 더 깨끗하고, 운전기사도 더 친절해지는 등 더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는 물론, 운수업체 사장까지 “요즘 같으면 살 맛 난다”며 웃게 만든다는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요즘, 지난해 10월 파주시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운송업체는 경영의 부담없이 버스 노선을 운행하고, 시민들의 이동권은 더욱 개선돼 주목받고 있다.
■ 99대 마을버스를 종합 관리...“더 일찍, 더 자주, 더 깨끗하게”

#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느껴요. 혹시 급여를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도 없죠. 안전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파주시에 감사드려요.”

마을버스 092번 운전기사 A씨는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대형 운송그룹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었다. 아무리 40여년 간 운전대를 잡은 베테랑이라한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촉탁계약직이었던 그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다행히도 평소 알고 지낸 운송업체 사장의 제안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파주시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난 10월 17일부터다. 

그때부터 A씨는 092번 운전대를 잡고 백학에서 적성전통시장을 이동하며 매일 친절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승객을 만나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로 버스업계가 힘들다. 다들 매달 가져가는 급여가 적다고 한다. 나는 급여걱정 안하고 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A씨가 근무하는 운수업체를 포함해 마을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9개 업체(33개 노선, 총 99대)에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줄었고, 이로 인해 버스 수익금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파주시는 당초 계획보다 23.5% 많은 재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어 업체는 한시름 덜었다. 

대신, 시에서는 버스 배차 간격을 더 줄이고, 시민들을 위해 교통소외지역의 노선 신설 등 개편을 진행했다. 첫차 시간은 앞당기고, 막차 시간도 늦췄다. 마을버스 디자인도 산뜻하게 바꿨다. 버스 내 청결도 더 신경썼다.  

이처럼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는 전국 최초로 ‘차량운행’은 운송업체가, ‘노선조정권한’은 시가 담당하는 ‘민영제’와 ‘공영제’의 혼합 형태다. 버스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적인 차량운행은 전문업체가, 재정지원과 서비스 및 운영 관리는 시에서 총괄한다는 개념이다. 

기존에도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서울을 비롯해 7대 광역시와 제주도, 경기도 일부에서 시행해왔지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대중교통이라는 점 이외에는 규모나 운영방법에서 차이가 크다. 부산시 기장군과 강서구가 마을버스를 통합관리제로 시행하지만, 제도나 운영방법을 규정하지 않아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는 자체적으로 조례와 협약, 지침, 표준운송원가 산정기준을 마련했다. 준공영제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했다는 점에서도 전국 최초다.

그렇다면 파주시가 타 지자체와 달리 마을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시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파주시의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파주시는 도농복합도시로 서울시의 1.1배 정도로 면적이 넓다. 면적이 넓다는 것은 버스 운행의 효율이 낮다는 의미로, 교통취약지역에는 민간 운송업체가 버스운행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또, 시민들의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률도 낮다. 파주시의 버스 이용률은 21%로 주변도시인 고양시 25.3%, 양주시 24%에 비해 낮다. 지하철을 포함한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비교해 보면 고양시는 40.5%, 김포시 31.3%로 늘어나지만, 파주시는 28.2%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보다 영세해 교통취약지역을 운행하는 것을 꺼리거나, 운수종사자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시민들의 교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을버스의 노선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마을버스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등 준공영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최종환 파주시장의 판단이었다.
 
역시,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마을버스 준공영제 사업이 시행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시민들의 반응으로 나타났다.

■ 99명 시민이 인정한 마을버스의 변화...혜택은 운전기사에게

# “파주는 다른 지역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훨씬 친절해요. 여행을 다니다보면 불친절하다 못해 욕을 하는 기사분도 만나곤 해요. 하지만 파주는 달라요. 매일 보는 얼굴인데, 최근 들어 더욱 친절해지신거 같아요.”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교를, 요즘에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같은 마을버스 078번을 탄다는 20대 B씨는 파주시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민평가단(이하 시민평가단)이다.

B씨는 최근 078번을 타는 출근길이 즐겁다. 늘 버스 안에는 사람들로 붐벼 손잡을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준공영제가 시행된 이후 한산해져 이용하기 편해졌다. 배차 간격이 짧아져서 승객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줄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출·퇴근시간에 배차간격이 확실히 짧아졌다”면서 “차가 자주 오니까 이전보다 여유있게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을 자주 다녀봐서 아는데, 다른 지역에는 욕을 하는 등 불친절한 기사분도 많다. 하지만 파주에는 그런 분이 한명도 없다”며 “준공영제 전에는 간혹 있었지만, 달라지셨다. 변하신거 보니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민평가단 60대 C씨도 “대부분의 기사들이 친절하지만 더 잘하시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 시국인 만큼, 이전에는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쓰는 기사분들도 준공영제 이후에는 철저하게 잘 쓰는 등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잘 됐다”고 말했다.

시민평가단 40대 D씨는 “파주로 이사 온 뒤 10년 간 마을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면서도 “준공영제 후 확실히 깨끗해졌다. 특히 배차간격이 달라졌다. 오후 3시쯤만 되면 마을버스가 너무 안와서 이동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오후에도 자주 오고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평소 마을버스를 이용한 시민으로 구성된 평가단 99명은 마을버스가 준공영제로 전환된 이후 빠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시민평가단이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말까지 총 500회에 걸쳐 준공영제를 도입한 마을버스 99대를 직접 이용하면서 평가한 결과, ‘배차시간 준수’, ‘복장태도’, ‘노선도 및 안내방송’ 등이 90점으로 높았다. ‘무정차 여부’, ‘운전태도’도 80점 후반을 기록했다. 

시민평가단은 10대부터 70대까지, 주부·회사원·대학생·교사·자영업자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졌고, 거주하는 지역도 달랐다. 직접 마을버스의 변화된 모습을 관찰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시민이 다양한 것은 그만큼 마을버스가 그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시는 마을버스 준공영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정기적인 평가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평가는 운수업체 및 운전기사 등에 대한 절대평가와 시민평가 등을 토대로 하위 20% 차량에 대해서는 업체별·차량별 친절교육 및 차량관리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운전기사의 근로환경 개선 등을 위해 상·하반기에 걸쳐 친절 운전기사를 선정하고, 최대 230만원의 인센티브를 운전기사에게 직접 지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마을버스 운송업체는 시로부터 부족한 운송수입금을 지원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신 시민에게는 더 친절하고 정확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는 시민에게 필요한 노선으로 조정하고 평가 등을 통한 서비스 질 관리를 하고 있다. 이에 기사뿐만 아니라 운송업체의 만족도도 높다.

운수업체 사장 E씨는 “준공영제 이후 배차간격을 40분에서 20분으로 단축하고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를 포함해 운전기사들 가족까지 다 먹고 살 수 있게 됐다. 시장님께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마을버스가 파주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늘 깨끗하고 친절하게 관리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마을버스도 지하철처럼 정시(定時)에…모든 시민이 균등한 서비스를
 
뿐만 아니라, 파주에서는 지하철처럼 정류소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마을버스도 볼 수 있게 된다. 마을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 이후 대부분의 버스 운행간격은 짧아졌지만, 일부 교통소외지역의 16개 노선 30여대는 배차간격이 30분 이상으로 길다. 한번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지역의 마을버스는 ‘정시성(定時性)’이 적용돼 시민들이 버스 운행시간표를 보고 필요한 시간대에 맞춰서 승차할 수 있다. 이미 마을 정류소와 SNS, 지역 온라인카페 등을 통해 홍보가 시작됐다. 이달 17일부터 안내된 운행 시간표대로 버스 운행이 시작된다.

이처럼 파주시가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은 모든 시민이 균등한 교통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서울과 파주를 잇는 대동맥 역할을 하는 서울-문산 고속도로가 개통됐고, GTX-A 노선과 경의중앙선 확충 등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마을과 마을을 잇는 모세혈관과 같은 마을버스를 준공영제로 안정적으로 운영해 시민들의 이동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신설 노선은 도심과 농촌 등 지리적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다. 운정3지구와 같은 도심은 ‘노선 입찰형’으로 전환하고 적성, 파평과 같은 농촌지역은 ‘수요 응답형’으로 전환해 마을버스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시민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서비스 질 개선을 도모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시민이 편리하게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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