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앞에서 교사 때린 사립고 교장, 중징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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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앞에서 교사 때린 사립고 교장, 중징계 가능할까?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0.09.1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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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1~3대 때린 것 확인, 학교이사회에 중징계 요구”
학교설립자이며 41년째 교장 “엉덩이를 때리는 흉내만 냈을 뿐”


경기도 평택지역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담임교사들을 때려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문제의 사건은 지난 8월 24일 점심시간에 벌어졌다. A고교 교장 김아무개(82세)씨는 2~3학년 교실을 돌며 학생들 이름표와 복장, 두발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더니 ‘용의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의 담임교사들을 ‘엎드려뻗쳐’ 시킨 채 몽둥이로 때렸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기네 반 ‘용의복장 불량’ 학생 수 만큼 김 교장에게 엉덩이를 맞거나 체벌에 불응해 어깨를 맞기도 했다. 이날 교장한테 맞은 교사는 모두 7명이며, 그 가운데 2명은 여교사였다. 김 교장이 교사들을 때린 이유는 간단했다. 교사가 학생들 복장을 제대로 지도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이 사건은 지난달 31일 한 학부모가 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교장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교사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몽둥이로 때린 일이 있었다”면서 “설마 시대에 있을 법한 일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라고 글을 올려 처음 공개됐다.

도교육청 “교장이 교사들 1~3대 때린 것 확인”

그 뒤 도교육청은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감사반을 보내 해당 교사와 학생들의 진술을 받는 등 진상 파악에 나섰고, 김 교장이 약 1cm 굵기에 60cm 정도되는 몽둥이로 담임교사들을 1~3대씩 때린 사실도 확인했다.

김 교장은 감사반에 “복장과 두발이 불량한 학생들을 야단치는 과정에서 ‘너희가 잘못하면 담임선생님이 혼 난다’는 뜻으로 교사들의 엉덩이를 때리는 흉내를 냈을 뿐”이라며 “15분 뒤 교사들을 교장실로 불러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교장의 행위와 관련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 재단 이사회에 중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재단 이사장이 김 교장의 부인이며, 김 교장 역시 학교 설립자이면서 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상황이기에 도교육청의 중징계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9일 논평을 내어 “학생들로부터 존중받고 교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교사가 교장의 체벌 대상이라는 것은 해당 교장의 인권인식 수준이 땅바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교조는 “성희롱 교장에 대한 봐주기 징계와 민원을 제기한 교사들에 대한 보복성 주의 조치 논란, 수학여행 관련 금품수수 교장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경기도교육청의 개혁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교육청의 적극 대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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