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뒷 얘기] 투쟁 그리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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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투쟁 그리고 사람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7.07.08 2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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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평촌 뉴코아아울렛의 점거 농성이 시작되면서 계산원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하나둘 들어와 입구쪽 돌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간이 가면서 어떤 이는 여러날 투쟁으로 고단한지 드러 누웠다. 이내 돌아 가며 노조원들이 한마디씩 했고 준비된 구호를 목청터져라 외쳐댔다. 일부 젊은 노조원과 지원나온 대학생들은 연습한 단체 율동을 펼쳐 보이며 지루하고 힘든 투쟁을 조금이나마 달래보려 애썼다.

박정호 평촌 2지부장(정규직)은 이런 투쟁을 시작한지 벌써 16일째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조차 미루고 이러고 있다며 푸념했다. 뿐만 아니라 이 일 외 자신의 다른 모든 생활이 정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땡볕에 검게 탄 그의 얼굴에서 투쟁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정규직이면서 아침부터 오전 9시부터 저녁 9~10시까지 투쟁을 이어 왔던 그는 비정규직 해고에 항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매출은 같은데 올 초부터 시작된 사측의 전환배치로 1개층에 5~6명이 근무하던 것이 현재 1개층에 절반가량 줄었어요. 이거는 결국 인원을 감축하고 이로인해 과중한 업무로 스스로 나가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식으로 인력감축을 하는거죠. 재정상황에 신속하고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리 간추려 놓는 것일 수도 있구요. 사측이 매장을 10년 뒤 다시 매입한다는 조건으로 팔아 넘긴지 벌써 5년째고 이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나는 우리 문제는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을 제공하는 뉴코아 직원 모두의 문제라고 봐요. 여기에 10년 가까이 일한 사람을 노조와 아무런 협의없이 하루아침에 해고하고 일을 계속하고 싶으면 사직서를 써라, 용역회사로 가라,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만일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면 7월말까지 약 300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고용불안에 시달릴 거예요. 사측은 일을 하니 해고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엄연한 해고입니다."

안산 홈에버에서 월 평균 약 80여만원을 받고 있다는 노조원 조아무개(45)씨도 투쟁의 대열에 서 있었다. 그녀의 투쟁의 변은 확 달라진 시민의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내일처럼 생각해서 나온게 아니라 내 일이예요. 끝까지 갈 거예요. 일당도 포기하고 나왔어요."

이날 투쟁에는 보이지 않는 지원군도 적지않았다.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뉴코아의 한 직원은 노조원들의 농성으로 불편한 게 있냐고 묻자 "전혀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는 또 "이랜드 회장은 이 일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교회당에 합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발을 교환하러 온 어떤 시민은 노사갈등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별 불만없이 선뜻 돌아 가 주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불평하던 한 사모님에 견주면 그도 분명 지원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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