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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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소유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0.04.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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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 시대의 큰 스님이자 수필 ‘무소유’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던 법정스님이 열반에 들었다.
법정스님은 입적하기 전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라는 당부와 함께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출판사들이 절판을 선언하자 전국의 서점가에 스님의 대표 산문집인 ‘무소유’가 동이 나고 가격이 10만 원 이상으로까지 치솟더니 20만 원을 넘어 25만 원까지 호가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매사이트에서 1993년판이 110만5천 원에 낙찰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장래에 돈이 될 것’이라는 속물근성이 빚은 웃지 못할 상황이다. 스님의 산문집 ‘무소유’는 1976년 4월 범우사 문고판으로 처음 출간된 뒤 1999년에 판형을 달리한 개정판 ‘무소유’가 출판돼 최근까지 3판 86쇄가 발간됐고 열반 때까지 33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소유’는 1971년 3월 ‘현대문학’ 제195호에 발표된 법정스님의 산문으로 200자 원고지로는 14장 남짓의 짧은 글로 전체 15개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이 글에서 스님은 간디의 일화를 제시하며 소유의 개념을 소개한 뒤 선물받은 난초를 키우는 과정에서 깨달은 소유와 집착의 관계를 역설하고 이를 통해 ‘소유’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며 ‘무소유의 역리’를 설파하고 있다.

물론 스님이 강조한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이 아니다. ‘무소유’를 통해 스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지는 것에 대한 경계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무소유’를 외치고 이를 몸소 실천한 스님의 정가 8천 원짜리 책을 ‘소유’하려고 15만 원, 25만 원, 아니 110만5천 원을 외치며 ‘소유’의 노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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