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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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지신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0.01.2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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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여자가 오지 않자 소나기가 내려 물이 밀려와도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교각을 끌어안고 죽었다고 한다.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난 배경이다. 이 고사는 미생의 믿음이란 뜻으로, 미련하리만치 약속을 굳게 지키거나 고지식해 융통성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때로는 신의를 강조할 때 쓰이기도 한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때아닌 미생지신 해석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고사를 언급, 융통성없는 미생을 꼬집으며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지난 18일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었다”며 “미생은 비록 죽었지만 후에 귀감이 됐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학교 때 일이다. 담임선생님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의 뜻을 물었다. 자신있게 대답했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해 진다’고.
미생지신이 목숨까지 버리며 지켜야 하는 신의를 칭송한 것인지, 아니면 미련하게 명분에 집착해 자신을 망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시대와 상황에 따른 고사의 해석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사실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국시대 고사를 상반되게 해석하면서 서로를 공격하는 양상이 여당내 세종시 논란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상생을 찾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여당내 거물급 정치인들의 미생지신 논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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