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鏡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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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鏡虛)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12.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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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鏡虛集 중에서... 마정령에서 초동과 문답 >
                           

스님께서 마정령밑에 나뭇군 아이들이 떼를 지어 노는 것을 보고 묻기를 "얘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하자 
"모릅니다."
    
"그러면 나를 보느냐?"
 "예 봅니다."
       
"이미 나를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보느냐?"하면서 주장자를 내어 주며 "너희들이 만일 이 주장자로 나를 치면 과자값을 많이 줄 것이다." 라고 하자 
    
그 가운데 영리한 아이가 앞으로 나와서 "참말입니까"하고 주장자로 스님을 치자, 스님의 말이 "나를 쳐라"하니 또 치거늘 


스님이 말하기를 
"어찌 나를 치지 않느냐? 만일 나를 친다면 부처도 치고 조사도 치고 삼세 제불과 역대 조사와 내지 천하 노화상을 한 방망이로 치게  되리라."
        
초동이 말하기를 "쳤는 데 치지 않았다고 하시니 스님이 우리를 속이고 과자값을 주지 않으려고 하심이 아닙니까?"
       
스님이 돈을 주면서 이르기를  "온 세상이 혼탁함이여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숲아래 남은 세월 그렁 저렁 보내리라."하였다.    
 
<경허 (조선 승려) [鏡虛] >  

생애를 통하여 선(禪)의 생활화·일상화를 모색, 근대 선의 물결이 다시 일어나는 한 계기로 만들었다.

본관은 여산, 속성은 송씨(宋氏), 속명은 동욱(東旭), 경허는 법명이다. 성우(惺牛)라고도 한다. 아버지는 두옥(斗玉)이다. 9세 때 과천의 청계사(淸溪寺)에서 출가하여 계허(桂虛) 밑에 있다가, 동학사(東鶴寺)의 원오(圓悟)에게서 경학을 배웠다.

1871년 동학사의 강사가 되었으며, 1879년 돌림병이 유행하는 마을을 지나다가 죽음의 위협을 겪고 문득 깨달음을 얻어, 학인을 모두 돌려보낸 뒤 문을 닫고 좌선하여 묘지(妙旨)를 크게 깨달았다.

32세에 홍주(洪州) 천장사(天藏寺)에서 혜언(慧彦)의 법을 잇고, 그뒤부터 기행(奇行)으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1894년 동래 범어사(梵魚寺)의 조실(祖室)이 되었고, 1899년에는 합천 해인사에서 인경불사(印經佛事)·수선사(修禪社) 등의 불사를 주관했다.

이후 지리산 천은사(天隱寺)·안변 석왕사(釋王寺)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갑산(甲山)·강계(江界) 등지에서 자취를 감추었는데, 머리를 기르고 유관(儒冠)을 쓴 모습으로 박난주(朴蘭州)로 이름을 바꾸고 살았다. 1912년 4월 25일 임종게(臨終偈)를 남기고 입적했다. 저서로는 〈경허집〉이 있다. / 브리테니커

<다른 자료 >

경허의 생애는 결코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어쩌면 쓸쓸하고 초라하기만 한 생애였다. 그는 마을에 살았으되 집을 가진 바 없었으며, 절에서도 그 흔한 주지(住持)살이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철저하게 집도 절도 없는 '무소유(無所有)'의 그대로였다.

경허의 행자생황(行者生活)은 가혹하리만치 힘든 것들이었다. 그는 나무하고 물긷고 밥짓는 일로 하루 해가 모자랄 정도의 고된 생활을 했지만 조금도 싫은 생각이 없었다. 그의 나이 14세 때 박처사(朴處士)라는 유자(儒者)에게서 처음으로 문자(文字)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는 매일 5-6장의 글을 능히 외웠다. 그리하여, 마침내 재동(才童)으로 칭송이 자자하게 되었다.

경허의 나이 31세 때 여름 어떤 일로 상경 도중 천안 인근에서 모진 풍우(風雨)를 만나 민가에 머물러 피하려 했으나, 악성 호열자가 만연되어 시신이 널려 있는 참혹한 현장에서 생사의 절박함을 깨달았다. 그는 비로소 발심(發心), 동학사에 되돌아와 학인들을 해산하고 강원을 처례하고 용맹정진하던 중 11월 보름 한 사미승이 전하는 "소가 되어도 고삐 뚫을 구멍이 없다"는 언하(言下)에 대오(大悟)하였다.


<경허 참선곡>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 만고 영웅 호걸 북망산(北邙山) 무덤이요.
부귀 문장 쓸데 없다. 황천객(黃泉客)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 끝에 이슬이요, 바람속에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녕히 이르사대
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生死輪回) 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不生不滅)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다 할 줄로 팔만장경(八萬藏敎) 유전하니 사람되어 못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 하랴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
안고 서고 보고 듣고 착의끽반(着衣喫飯) 대인접어(對人接語)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어떤겐고?

몸둥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눕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 한번 깜짝할새 천리 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神通妙用)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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