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청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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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청려장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12.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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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힘없는 민중들이 언제든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일 게다. 하지만 우리 경찰은 불행하게도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각종 폭력과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비위사실 탓에 때로는 ‘민중의 회초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지팡이가 회초리로 ‘용도변경’ 되는 순간 민중의 삶이 고단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푸념하는 경찰관들을 만날 때면 언제나 그들을 위로했다. 동료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하고 부끄러워하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보이고 있는 용인경찰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 수준이다. 용인시가 인사비리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한 김민기 시의원에 대해 의뢰한 수사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8일 “김 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정석 시장과 박덕진 감사관 도장을 날인해 위조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었다”며 “김의원이 가지고 있는 날인문건의 출처가 어디인지, 누가 어디에서 조각하여 날인한  것인지를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사의뢰 동기가 지극히 불순하다는 게 대체적 견해지만 이왕에 수사의뢰된 사안이라면 경찰 입장에서는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판단해 원칙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일 처리가 그렇지 못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꺼리가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 의원에게 출석요구서까지 보낼 모양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시장의 명아주 지팡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사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빌미로 차일피일 판단을 미루며 출석요구서까지 보내는 경찰의 행태에 대해 수사의뢰라도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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