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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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잣대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12.0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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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첩보액션 드라마를 표방한 KBS 2TV ‘아이리스’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많긴 하지만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을 브라운관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빠른 스토리 전개도 매력적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아이리스’는 내년 초 일본방영이 확정됐고 아시아와 유럽 시장 진출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아이리스’ 촬영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광화문광장과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 방향 도로를 통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도심 속 대규모 폭파 장면과 총격, 차량 추격신을 촬영하기 위해 150여 명의 엑스트라와 80여 대의 차량, 총탄 4천 발이 투입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도심 한복판을 인기드라마 ‘세트장’으로 제공하는 것이 시정홍보에 큰 효과가 있으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아이리스’가 세계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으니 시민들의 불편이 다소 따르더라도 광화문광장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굳이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이용에 대한 서울시의 이중잣대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협조를 아끼지 않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에 대해서는 왜 그토록 강경 입장을 고수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그 동안 시민의 안전과 자유로운 통행을 우선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 및 문화행사를 불허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그러던 서울시가 ‘아이리스’ 촬영 협조 차원에서 광화문광장을 선뜻 제공하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내가 하면 보고, 남이 하면 고자질이냐’는 비아냥을 언제까지 들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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