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김인규 카드’가 몰락을 재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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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김인규 카드’가 몰락을 재촉할 것"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11.21 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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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김인규 씨를 KBS 사장으로 낙점했다.
19일 KBS 이사회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기권한 상태에서 6대 1로 김 씨를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이제 이사회가 김 씨를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는 마지막 요식행위만 남았다.
 
그러나 우리는 김 씨를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김인규’가 누구인가?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의 ‘정권실세’다. 무슨 구구한 설명이 필요한가? 이 사실 하나만으로 그는 공영방송 KBS 사장의 자격이 없다.
그러나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한 KBS 이사회의 친여 이사들은 이런 부적격자를 사장 후보로 만들었다. 이사회가 사장 후보를 공모하고 허울뿐인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드는 등 쇼를 벌였지만 그 모든 것은 ‘MB가 원하는 사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구색 맞추기였을 뿐이다.
일찌감치 후보군은 김인규·이병순·강동순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든 최악의 부적격자·친 정권 인물들로 좁혀졌고, 김 씨와 이 씨 중 한 명이 정권의 의중과 정권 내부의 ‘파워게임’에 따라 낙점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리고 이 정권이 출범할 때부터 ‘KBS 사장 1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김 씨가 역시 ‘정권이 원하는 사장’이었음이 확인되었다.
결국 김 씨의 KBS 사장 낙점은 이명박 정권이 매듭짓지 못한 논공행상의 마무리 작업이라는 의미, 지난해 정연주 사장을 축출하고 KBS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돌발 상황에 부딪혀 투입하지 못했던 ‘원래의 낙하산’을 이제 교체 투입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처럼 정권에 의한, 정권을 위한, 정권의 사람을 어떻게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 인정할 수 있단 말인가? 민주주의와 방송독립성을 존중하는 국민이라면 ‘김인규 체제의 KBS’를 공영방송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KBS는 정권의 ‘청부사장’ 이병순 씨에 의해 공신력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이명박 정권이 김인규 씨를 끝내 KBS 사장으로 밀어붙인다면 정권도, KBS도 모두 불행해질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공영방송 사장 자격과 관련해 최소한의 암묵적 합의를 한 바 있다. 정권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했던 사람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이 되어서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KBS 사장으로 임명된 서동구 씨는 노무현 대선캠프의 고문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KBS 노조와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고, 8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한나라당 인사들도 ‘방송장악’ 운운하며 서동구 씨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은 이런 전례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대선특보였던 김인규 씨를 KBS 사장으로 낙점했다. 국민을 보통 우습게보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하기야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쫓아낸 정권이니 ‘청부사장’을 ‘낙하산 사장’으로 바꾸는 일 정도야 우습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파렴치한 행태를 반드시 심판할 것이며,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한 KBS 또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KBS 구성원들에게도 한마디 덧붙인다.
‘공영방송’ KBS의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해 영향력과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친정권 인물들이 사장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더니 그 중 한 명이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앉게 됐다.
지난해 이 정권이 노골적인 KBS 장악에 나섰을 때, 국민들은 KBS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싸워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KBS 노조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만 주었다. 물론 사원행동을 비롯한 일부 직원들은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웠으나 그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KBS 구성원들이 이번에도 ‘김인규 사장’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KBS에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었던 국민들마저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다. 이미 KBS 노조는 김인규 씨가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 20일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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