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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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 물러나라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11.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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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 총장이 출입기자들에게 현금 500만원을 뿌린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김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회식 자리에서 ‘경품 추첨’을 제안해, 10명의 기자에게 현금과 수표 50만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돌렸다. 이 자리에는 김 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 8명과 검찰에 출입하는 신문․방송 팀장급 기자 24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총장이 회식이 가진 곳은 ‘서울클럽’이라는 고급 사교클럽으로, 그는 이 클럽의 7500만 원짜리 회원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김 총장은 돈 봉투를 돌린 사실이 알려지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본의와 달리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대검찰청 대변인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첨을 통해 돈을 줬으니 촌지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며 언론을 상대로 “촌지라는 용어를 안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돈 봉투를 돌렸지만 뇌물은 아니다’라는 궤변이다. 헌재에 이어 이번에는 검찰총장과 검찰이 국민을 바보취급 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권 아래 급격하게 구시대로 회귀하는 권언관계의 실상을 드러낸 일이자, 고위 공직에 올라서는 안 될 부적격 인사들을 요직에 앉힌 이명박 정권의 ‘도덕 불감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확인시켜준 사례다. 또 이 정권이 국민들을 찍어 누르기 위해 걸핏하면 내세우는 ‘법치’, ‘준법’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검찰총장이 고급 사교클럽에서 출입기자들에게 향응을 베푼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하물며 ‘경품 추첨’이라는 해괴한 방식으로 돈 봉투까지 돌렸으니 무슨 궤변을 늘어놓아도 향응과 돈으로 기자들을 길들이려는 행위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이 내세웠던 “참여정부의 기자실 대못을 뽑고 프레스 프렌들리하겠다”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층 더 분명해진다. 정권은 통제와 장악으로 언론을 길들이고, 검찰총장은 향응과 돈으로 언론인을 길들이니 참으로 그 정권에 그 검찰총장이다.
검찰은 김 총장이 기자들에게 돌린 돈의 출처에 대해 “김 총장이 서울서부지검을 격려차 방문한 후 남은 돈으로 추첨한 것”이라며 “먼저 쓰고 김 총장이 자비로 보전한다고 했고, 실제로 개인적으로 모두 돈을 보전했다”고 주장하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김 총장은 이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이중소득공제 등 위법사실이 드러났으며, 근무시간에 미인대회 심사를 맡는 등 검찰 총장으로서 ‘자격미달’ 인물이었다. 이런 도덕적 하자에도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에 올랐으니 촌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인가? 그러나 검찰총장의 ‘500만원 현금 경품’을 정상적인 언론 대응으로 보는 국민은 없다. 김 총장은 더 이상 구구한 변명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깨끗하게 물러나라. 그것이 검찰총장으로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한편 우리는 그 자리에 함께했던 기자들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총장이 처음에는 돈 봉투를 4명에게 줬으나, 기자들이 호응하자 4명을 더 추점해 돈 봉투를 돌렸으며, 2차로 자리를 옮겨 또 다시 2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고 한다. 돈 봉투 앞에 ‘호응’했다니, 이것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또 일부 언론은 문제의 회식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이후 검찰-언론 관계가 서먹해져 있던 터라 출입기자단이 송년회를 겸한 저녁 식사를 요청했고, 김 총장도 호화 회원권 시비가 일었던 ‘서울클럽’이 대단한 곳이 아니란 것을 보여줄 겸 장소를 이곳으로 잡았다는 후문”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기자들이 먼저, ‘관계개선’을 위해 회식 자리를 요청했다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과의 관계가 ‘서먹’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권력과 언론은 기본적으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어울림으로써 유지되는 관계란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 이런 관계를 맺고 검찰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인가? 게다가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극악한 언론통제, 언론장악 행태를 벌이고 있는지 기자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더욱 긴장하고 비판의 날을 세워도 부족할 판에 이 무슨 부끄러운 일인가?
‘검찰총장’이 ‘고급 사교클럽’에서 베푼 회식에 참석한 것, 해괴한 ‘경품 추첨’에 대해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못한 것, 경품에 당첨돼 돈 봉투를 받은 것 등등 기자 정신의 ‘무장해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문제의 회식에 참석한 기자들은 자신이 무엇 하는 사람인지, 언론계에 남아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해보기 바란다. / 8일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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