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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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놀이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11.0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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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는 했지만 성적은 유효하다, 술 마시고 차를 몰았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위조지폐는 맞지만 통화가치는 있다, 내가 너를 낳았지만 네 엄마는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과정은 위법해도 결과는 유효하다’는 헌재의 판결을 빗대 ‘○○○는 했지만 △△△은 아니다’라는 이른바 ‘헌재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야 4당이 청구한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법안가결 선포의 절차상 문제는 인정되나 법안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모순된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제안설명, 심의절차, 질의토론의 생략, 일사부재의 위반, 재투표, 대리투표 등 법안 처리과정의 무수한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의 가결이 무효라는 야 4당의 주장은 기각했다. 법률안 가결의 효력에 대해서는 국회의 자율권에 맡겨야 한다는 게 이유다.

원인이 무효면 결과도 무효이고, 절차가 위법이면 결과도 위법이다. 하지만 헌재는 모순논리를 통해 절차는 위법하지만 국회의 자율권을 핑계삼아 결과는 무효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절차상의 위법성은 인정해 야당 편을 들고 사안의 본질인 가결은 사실상 적법성을 인정해 여당 손을 들어준 정치적 판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학창시절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않으면 목적 또한 부당한 것이라고 귀에 인이 박히도록 배웠다. 이 같은 가치관을 뒤집는 헌재의 결정에 대대수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헌재가 헌법수호자로서 존재가치가 있는지 되묻고 있다. 절차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헌법적 분쟁에 대해 과연 누가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하느냐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절차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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