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동화의 나라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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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동화의 나라 에버랜드?"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7.06.21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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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 "이주노동자 노동권·인권 보장하라"
에버랜드·파견업체 "일부 보도 사실과 다르다"

[2신 : 21일 오후 3시50분]

'노예계약' 내용 미리 알고 있었나 
에버랜드 "고용계약은 우리와 관계없는 일"

   
 
 

▲ 인권단체들이 21일 용인 에버랜드 앞에서 에버랜드 외국인 무용수들의 노동권과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착취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데일리경인 이정하

 
에버랜드 외국인 무용수들의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노예계약'과 관련, 인권·시민단체들이 회사를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을 내기로 하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에버랜드가 계약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노예계약'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에버랜드 쪽은 "용역업체 고용에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에버랜드 개입설'을 즉각 부인했다.

인력 공급업체 쪽은 외국인 무용수들과 맺은 불합리한 계약서 내용들을 모두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파견 여부 놓고 인권단체와 에버랜드 공방

다산인권센터 등 11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삼성에버랜드 공연단 이주노동자 노동권과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에버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버랜드를 강력히 규탄했다.

공대위는 "초일류 기업이라고 자부하는 삼성이 국제적으로 말도 안 되는 노예계약을 강요하는 등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앞으로 '괴물 삼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또 "현행 파견법상 공연단의 업무가 26개 파견허용업종에 속하지 않는다"며 "에버랜드 쪽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버랜드 쪽이 동일엔터테인먼트에 인력파견 용역을 맡기면서 이중 고용구조 형태를 취한 것이 불법이라는 것.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에버랜드와 동일엔터테인먼트는 외국인 무용수들과 맺은 근로계약을 파기하고 근로기준법에 맞게 다시 계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무용수들의 산재처리 및 근무 환경 개선 등 삼성 쪽의 책임 있는 자세도 주문했다. 이는 공연단의 근로감독과 업무 지시 등 실질적 관리를 에버랜드에서 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에버랜드와 동일엔터테인먼트 쪽은 공대위의 이중 고용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위법하다면 정부와 행정기관에서 17년 이상을 묵인했을리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에버랜드 쪽은 1990년부터 동일엔터테인먼트와 인력파견 계약을 맺어 왔다. 

옥사나씨 "노동권 보장해달라" 에버랜드에 요구

   
 
  현대판 노예계약서 11개 인권단체들이 모인 공대위 대표들이 21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용인 에버랜드 앞에서 에버랜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에버랜드 공연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데일리경인 이정하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예계약'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무용수 옥사나(29)씨도 참석, 에버랜드 쪽에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옥사나씨는 "지난해 11월 공연도중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며 "그런데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연습과 공연을 병행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3월에는 5kg 가량의 나비의상을 입고 춤을 추다 쓰러졌지만 산재보상은커녕 오히려 회사에서 쫓겨났다. 무용수가 공연 도중 크게 다쳐 2주 이상 치료를 요하는 경우 회사는 일방적으로 고용계약을 파기하고 내쫓을 수도 있는 불합리한 계약 조건 때문.

공대위는 이에 따라 향후 에버랜드 공연단 현장에서의 인권탄압 사례 파악과 계약서상 노동권, 인권 위반 조항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회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부에 진정을 내기로 했다.

한편 문제가 더 불거지기 전에 옥사나씨를 회유하여 우크라이나로 돌려보내 입을 막으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경호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대표는 "옥사나씨에게 우크라이나 영사인 안드레이 나자덴고가 2000만원을 줄테니 조용히 본국으로 돌아가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남 대표는 그러나 "삼성이나 동일엔터테인먼트 쪽에서 회유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이번 일은 옥사나씨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노동자 전체의 문제인 만큼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와 파견업체 "잘못 시정하겠다" 발표

이에 대해 에버랜드와 파견업체 쪽은 논란의 핵심인 노동 착취 및 인권 침해 사례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계약서상의 일부 문제를 제외하면 노동현장에서 불합리한 대우는 없었다는 것.

이들은 공대위의 기자회견 직후 에버랜드 구내 한 카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여기에는 에버랜드 공연단 관리팀장을 비롯해 동일엔터테인먼트 공연관리팀 2명, 외국인 연기자 4명 등이 참석했다.

에버랜드 쪽은 "소속 계약사와 맺은 계약 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한 뒤 "앞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옥사나씨 관련해서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빨리 쾌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연기자(무용수)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의 문제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외국인 무용수 1인당 평균 1800만원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고 8~9시간 근무시간 가운데 공연시간은 2시간 안팎이라는 것. 나머지 시간은 연습 및 준비 시간이라는 설명. 초과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별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노예계약' 파문과 관련 "외국인 무용수들은 동일엔터테인먼트와 개별 계약을 맺고 에버랜드에 파견된 것으로 근로자법상 개별 계약에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신 : 21일 오후 1시]

공대위, 에버랜드 규탄 기자회견
에버랜드 쪽도 공식입장 발표

에버랜드 공연단 외국인 무용수들의 '노예계약' 파문이 사회 쟁점화되면서 삼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에버랜드 쪽이 공식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에버랜드는 21일 오후 1시 현재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구내 한 카페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에 인력을 공급한 동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함께 참석해 해명자료를 내고 있다.

앞서 이주노조 등 인권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고 자부하는 삼성이 이주노동자 노예계약 파문으로 나라 망신 다 시키고 있다"며 에버랜드를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이런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에버랜드 쪽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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