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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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06.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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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포 전에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특정업체가 용인시 공무원 위탁교육을 독식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상적인 계약이라면 독식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겠지만 고위층과의 친분설이 나도는터라 사실확인이 필요했다.

시에 최근 2년 6개월 동안의 공무원 위탁교육 현황을 요청했다.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정보공개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 지도 살펴볼겸 구두로 요청하는 통상적인 취재방식이 아닌 정보공개청구서 작성을 통해서였다.

처음부터 실망감을 안겨줬다. 정보공개 여부 결정기간(10일)을 한 차례 연기한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결정기간을 10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고 연장사유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문자 어디에서도 ‘부득이한 사유’를 찾을 길이 없었다. 관에서 결정한 일이니 ‘아무것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기다리라는 일방적인 명령인 셈이었다.

이후에 보인 시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는 비공개 대상 정보를 명시한 공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7호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최종적으로 부분공개 결정을 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공무원을 교육하면서 수탁업체명, 계약금액 등을 공개할 경우 법인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굳이 예산공개원칙과 비공개 정보 대상에 대한 대법원판례, 영업상 비밀에 대한 정의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시의 이 같은 논리가 궤변임을 입증하는 자료는 지척에 있다.

시 홈페이지 ‘수의계약내역 공개방’이라는 코너에는 계약명, 업체명, 낙찰금액, 법인 주소 등이 상세히 공개돼 있다. 시의 논리대로 라면 시 스스로가 법인의 이익을 그야말로 마구잡이로 해치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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