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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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공포증
  • 우승오 기자
  • 승인 2009.06.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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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소통의 주된 공간인 광장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거행된 지난달 29일 서울광장에서는 추모행사들이 밤새 평화롭게 열렸다. 시민들은 자유발언과 시국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갖가지 의견을 쏟아내는 시간도 가졌다.

그러나 이도 잠시,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경찰은 광장에 머물던 시민들을 내쫓고 전경버스로 서울광장을 봉쇄했다. 불법 폭력시위가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여기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대한 경찰의 자의적 해석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권리가 공권력에 의해 침탈되고 헌법에 명시된 집회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훼손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싶을 뿐이다.

아다시피 서울광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 청계광장과 함께 조성한 곳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장과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광장공포증이 낳은 결과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광장이 봉쇄되면 소통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광장에서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이것이 언론에 반영돼 사회적 의제로 설정될 때 비로소 올바른 사회적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광장을 막는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사그러들지는 않는다. 광장공포증은 광장 폐쇄를 통해서가 아니라 광장을 개방함으로써 치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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