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네르바 구속적부심 기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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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네르바 구속적부심 기각 결정
  • 이대희 기자
  • 승인 2009.01.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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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허만 수석부장판사)가 어제(15일) 저녁 인터넷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기각결정하였다. 이로써 국민의 입과 귀를 막기 위해 거침없이 수사권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을 법원이 조금이라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무참히 법원이 꺾어버렸다. 잘못 발부된 구속영장에 잘못 하나를 덧칠한 셈이 되어 버렸다.

‘미네르바’ 박 모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처벌방침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검찰이 내세운 근거 법률인 전기통신기본법의 제47조 1항은 불분명하기 그지없는 ‘공익’이라는 잣대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하여 죄형법정주의나 명확성의 원칙을 어겨 위헌적이라고 많은 법학자들이 지적하고 있고, 설령 그의 글이 발표된 후 정부가 일부 외환안정 자금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가 애초에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따라서 설령 검찰이 무리수를 두면서 그를 기소하겠다고 하더라도, 죄가 있는지 과연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등 재판에서 따져볼 일이 산적해 있어 신중하게 재판해야 하고 특히 구속은 더더욱 피해야 할 일이었다고 본다. 그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높다고 볼 분명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행동이 범죄 그것도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손쉽게 결론내리고, 범죄혐의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하여, 구속적부심을 기각해버렸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억울하더라도 범죄혐의를 일단 인정해야 한다는 말인데,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권행사를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로 치부해 버리는 재판부에게 형사소송법의 원칙과 이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미네르바의 글은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서 확보된 상태이므로 증거인멸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구속사유를 숙고함이 없이 영장전담판사의 영장발부이유를 반복함으로써 피의자의 구속적부심 청구권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미네르바가 직업도 없고 미혼이라 가족도 없고 세집에 살고 있어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덜 비난을 받을 것이다.

지난 정부 시절 사법부는 사법개혁을 추진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 재판 원칙을 강조했었다. 여기에 더해 론스타와 관련한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 등 굵직굵직한 여러 사건에서 법원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을 중시하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던 것도 생생하다. 겨우 1~2년 전의 이런 일들과 비교해보면, 정권의 의중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원칙마저 바뀌었냐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미네르바’ 박 모씨를 처벌하겠다고 나선 후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인권상황을 우려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의심하는 외신도 적지 않게 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속적부심 기각결정으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적 우려는 명백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비록 유명세를 탔다지만 인터넷논객에 불과한 ‘미네르바’ 같은 시민이 아니라 무능함으로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정부당국자들과 그에 부화뇌동하는검찰인데, 이제 거기에 법원마저 가세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고 절망감마저 느낀다.

바라건대 법원은 이후에 있을 재판과정에서 보석 절차 등을 통해 미네르바를 석방하여 그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할 수 있게 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라는, 형사처벌 규정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는 법조문을 가지고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썼던 사람을 일부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만을 빌미로 가차없이 처벌하려는 사회가 아님을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만천하에 천명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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